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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설문조사: 2010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

 

미디어 환경이 최근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향후 이뤄질 변화들은 미디어의 무한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0년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주역은 누가 될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PD저널〉은 지난 14일~19일 방송·학계·정치권·미디어전문지·언론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인을 선정해 ‘2010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e메일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은 1위부터 5위까지 최대 5인을 골랐다. 이를 각각 5점부터 1점까지 차등 배점한 뒤 점수를 합산해 최종 10인을 선정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1위부터 3위까지 응답자들의 답변에 3점부터 1점까지 역시 차등 배점한 다음 결과를 산출했다. 다음은 총 득점에 따른 순위다. /편집자주

 1위 이명박 대통령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권력은 이 사람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미디어계에 공포와 침묵의 효과를 가져왔다.” 
 

▲ 이명박 대통령 ⓒMBC

예견된 결과였다. ‘살아있는 권력’. 이 한 마디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보적인 지위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2008년 1월 같은 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고의 권력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2회 연속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단순히 대통령이라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위치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전부터 언론장악 의지를 숨기지 않았고, 취임 직후부터 이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한 응답자의 표현대로 “21세기에도 언론 탄압과 언론사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언론·문화계 전반에서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수장들을 끌어내리고 대신 소위 ‘MB맨’이라 불리는 측근들을 자리에 앉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이었다. 최근 잇따른 법원 판결이 증명해주듯이 감사원부터 검찰까지 총동원한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작전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대통령은 다시 자신의 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를 KBS 사장에 임명해 방송장악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언론장악은 YTN과 KBS를 거쳐 MBC에 이르면서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2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
비록 2위를 차지했지만 1위인 이명박 대통령과 근소한 차이(7점)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미디어를 움직이는 주역으로 꼽았다. 한 응답자의 지적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정도라면, 최시중 위원장은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놓은 인물”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이자 ‘멘토’인 최시중 위원장은 방송 및 통신 관련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수장으로 지난 2년간 최고 실세 역할을 해왔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선임 권한을 쥐고 신태섭 KBS 이사 해임을 통한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방송통제위원장’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응답자들의 표현대로 그는 “이명박의 하수인으로 최전선에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전사”이자 미디어계의 괴벨스이며 “‘관치 언론’의 기획 및 집행자”인 것이다.

3위 김인규 KBS 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이 취임 2개월이 채 안 돼 3위에 올랐다. 김인규 사장은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노조의 출근저지를 뚫고 당당히 KBS에 입성했다.

▲ 김인규 KBS 사장 ⓒKBS
‘김인규만은 안 된다’던 KBS 노조의 반발이 무력해지고, 파업 투표마저 부결되면서 힘을 받은 김 사장은 KBS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구축, 이른바 ‘K-View Plan’을 밝힌데 이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또 올해 안에 기필코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KBS 구성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신료 인상을 해결해 내부 장악을 수월하게 하고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김인규 사장과 이병순 전 사장의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한 응답자는 “전임 이병순 사장과 같이 구성원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저강도 전략으로 순치시켜내는 능력은 MB특보 출신 인사들에게 롤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위 엄기영 MBC 사장

▲ 엄기영 MBC 사장 ⓒMBC
정확히는 엄기영 사장의 현재 영향력보다 향후 거취에 따른 파장이 주목을 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KB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점을 볼 때, 3위 김인규 사장과 엄 사장의 격차는 30점으로 컸다. 이는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영·인사 개입과 엄 사장 자신의 어정쩡한 처신이 불러온 결과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하지만 “향후 MBC의 향방과 엄기영 사장의 태도는 한국사회의 미디어가 완전히 MB정권에 장악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한 응답자의 지적대로 엄 사장의 최근 행보와 향후 거취는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현 시기 MB정권을 향한 가장 강력한 감시자 중 한 곳인 MBC의 미래가 역설적으로 유약해 보이는 엄사장의 거취에 맞물려 있”는 것이다.

2월 정기 주주총회 등을 앞두고 엄 사장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될 그의 거취가 공영방송의 향후 좌표를 가늠케 할 것으로 보인다.

5위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2008년 조사 당시 8위에 머물렀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2년 만에 3계단이나 올라섰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고, 위원장 연임을 하면서 민주화 운동 진영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한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PD저널
그는 많은 응답자들로부터 “언론장악 기도에 맞서 반MB전선을 공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명박 정권 동안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단체의 수장”이라는 격려를 받았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삼보일배와 단식, 그리고 구속을 마다하지 않으며 ‘언론장악’에 맞서 싸워왔다. “정치권력, 경제 권력에 맞서 언론의 기본과 원칙을 수호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자, “기존 언론인은 물론 시민들에게 정책판단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호소력 높은 인물로 꼽힌다.

6위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2007년 12월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맡으면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이동관 수석은 지난해 8월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홍보수석실의 수장에 올랐다. 최근 원전 수주에 관한 여론전도 그가 참여한 ‘작품’이다.

“언론 통제와 여론 조작을 위한 핵심실세”이자 “‘관치 언론’의 기획자”라는 평가를 받은 이동관 수석은 때론 정국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2년 전 조사와 비교해 유일하게 순위 변동이 없는 인사가 바로 방상훈 사장이다. “조선일보 사주로서 제왕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조선일보는 의제 주도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방상훈 사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통한 방송 진출까지 선언한 터라 언론 관련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8위 김상헌 NHN 사장

▲ 김상헌 nhn 사장 ⓒnhn
2년 전 최휘영 당시 NHN 사장이 5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3계단 하락한 수치이지만, 이는 NHN, 즉 네이버의 영향력이 하락했다기보다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그만큼 득세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질적인 최고 검색매체”이자 오픈캐스트 방식 도입으로 ‘탈정치화’까지 꾀하고 있는 네이버는 이제 인터넷 포털을 넘어 문화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동 9위 이건희 전 삼성 회장,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공동 9위에 올랐다. 이건희 전 회장은 얼마 전 정부로부터 사상 초유의 단독 사면을 받은 뒤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 응답자는 “종편과 보도채널 도입으로 삼성의 행보에 따라 미디어 판이 좌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우룡 이사장은 ‘MBC 장악’의 키를 쥔 인물로, 최근 엄기영 사장의 목을 죄며 MBC 경영과 편성,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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