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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설문조사: 2010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

미디어 환경이 최근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향후 이뤄질 변화들은 미디어의 무한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0년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주역은 누가 될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PD저널〉은 지난 14일~19일 방송·학계·정치권·미디어전문지·언론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인을 선정해 ‘2010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e메일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은 1위부터 5위까지 최대 5인을 골랐다. 이를 각각 5점부터 1점까지 차등 배점한 뒤 점수를 합산해 최종 10인을 선정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1위부터 3위까지 응답자들의 답변에 3점부터 1점까지 역시 차등 배점한 다음 결과를 산출했다. 다음은 총 득점에 따른 순위다. /편집자주

1위 MBC-MB정부 들어 신뢰도·영향력 상승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2위에 머물렀던 MBC가 1위를 차지했다. MBC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도 KBS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신뢰도와 영향력을 아울러 최고의 미디어임을 입증했다.

▲ 여의도 MBC 사옥 ⓒMBC
응답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MBC는 높은 신뢰도가 높은 영향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응답자들이 MBC에 대해 “신뢰도가 가장 높은 매체”, “뉴스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신뢰가 높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정부의 방송장악이 그나마 확정되지 않은 유일한 방송매체”라며 “사회적 논란을 거듭하는 KBS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밝혔다. 특히 “보도·시사·예능의 전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전하며 ‘대항 어젠다’를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대로 MBC의 경우 〈PD수첩〉부터 심지어 〈무한도전〉까지 사회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다른 방송사와의 차이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오히려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응답자는 “기복이 심한 역사 속에서 사회비판기능이 언론의 핵심역할이라고 이해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고, 또 다른 응답자는 “정부를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끊임없이 MBC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MBC가 아직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언론으로 국민에게 자리매김” 해줄 것을 MBC에 기대하고 있다.

2위 KBS-타락했으나 대표방송 위상은 여전

▲ 여의도 KBS 사옥 ⓒKBS
2008년까지만 해도 각종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던 KBS가 지난해 〈시사IN〉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MBC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는 이명박 정권 들어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되고 낙하산 사장이 KBS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은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 KBS가 쌓은 영향력이 여전히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응답자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한 KBS이지만, 영향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최고”라며 “지속적인 신뢰도 하락이 영향력에도 적지 않은 후유증을 미치겠지만 근본적으로 KBS의 위상을 흔드는 수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이 많다는 점은 KBS만의 강점이다. KBS는 유일하게 지상파TV 채널을 2개 소유한, “가장 대중적인 힘이 있는 TV채널”이자 “전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매체”이다. 때문에 “국민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신뢰할 수 있다는 채널로 인식되고 있”으며, 전국적인 고 시청률로 인해 “타락했으나, 대표방송 위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3위 조선일보-의제설정의 최강자

▲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PD저널
“우파 오피니언의 교과서” 조선일보가 2년 전 조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권력 비판과 감시기능으로는 MBC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으나, 의제설정 능력에 한해서만큼은 조선일보를 따라올 매체가 없었다. 한 응답자의 표현대로 “신문방송을 통틀어 보도 프레임 설정에 있어 여전히 최강자”인 것이다.

2년 전 보수정권을 출범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조선일보는 여전히 특정 정권을 무력화시킬 수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매체다. 그래서 “보수 핵심 인사들과 정권의 실세들이 가장 신뢰”하며 의제 형성과 주도력에 있어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떠들면 어젠다가 되고, 침묵하면 어젠다에서 사라진다”는 한 응답자의 설명은 결정적이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세종시 문제에 집중하자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사업은 어느 샌가 어젠다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민주당 등 야당이나 소위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매체들 또한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장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다른 매체들이 따라 보도하는 영향력”까지 갖춘 조선일보가 이제 방송 진출까지 선언하고 나섰으니, 그 영향력은 실로 더 막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위 네이버-장악되지 않은 ‘척’ 하는 언론

▲ 네이버 검색창 ⓒ네이버
포털을 언론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네이버만큼 대중적인 영향력과 파괴력을 가진 언론매체를 찾기 힘들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인터넷 사용자의 대부분이 하루 한번 이상은 꼭 검색매체나 포털에 접속하고,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네이버를 사용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네이버의 영향력은 가히 최고다. 수치상으로 봐도 네이버의 회원 수는 3300만 명이고, 1일 방문자수는 1700만 명이며, 1일 페이지뷰는 무려 10억 건에 달한다.

네이버는 촛불정국 등을 거치며 포털의 뉴스편집 기능에 대한 논란이 일자 ‘뉴스캐스트’ 방식을 도입, 헤드라인 편집 기능을 각 언론매체에 넘겨줬다. 정치적 논란을 포함한 모든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장악되지 않은 척하는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문화 권력으로 군림하는 네이버의 독보적 지위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듯하다.

5위 한겨레-비판언론으로서 구심점 역할

▲ 한겨레신문 로고 ⓒ한겨레
2008년 중앙일보, YTN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던 한겨레가 올해는 단독으로 5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2년 사이 한겨레의 구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영향력이 급등한 것도 아니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이른바 ‘진보매체’의 대표 주자로서 한겨레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역시 종종 ‘진보매체’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을 꼽은 응답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듯, 많은 이들이 진보신문=한겨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구독자 수가 반짝 증가하는 효과를 봤지만, 그 이상으로 삼성 등 대형 광고주들을 잃는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의 수보다 구독하는 사람들의 충성도에서 타 신문을 압도”하고 “한 해 동안 비판언론으로서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점점 다양성을 잃어가고 획일화, 우경화 되어가는 한국 언론현실에서 한겨레의 존재와 역할, 그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한 응답자의 평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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