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작품성과 대중성 동시에 갖춘 드라마 됐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KBS 수목드라마 ‘추노’ 곽정환 PD

“이 이야기는 시대의 모순에 저항했던 조선 쌍놈들의 이야기다”.

KBS 수목드라마 〈추노〉(연출 곽정환, 극본 천성일)가 인기다. 도망 노비와 이들을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담은 〈추노〉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화려한 영상’이 시선을 끌었고,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시대 상황이 촘촘하게 얽히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힘’은 시선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곽정환 PD 역시 〈추노〉의 매력에 단숨에 끌렸고, “대본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그날 밤에 바로 천성일 작가를 찾아가 만났다”.

“〈추노〉는 제가 하고 싶은 드라마의 방향과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개인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 제도 등을 드라마에 담고 싶었거든요. 계급적 모순이나 정치 현실 등과 맞닿아 있는 그 당시 민초들의 이야기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곽 PD가 〈한성별곡-正〉을 연출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추노〉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혼란한 시대에 사회 변화와 개혁을 꿈꾸는 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성별곡-正〉과 〈추노〉는 비슷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는 “〈한성별곡-正〉에선 그런 걸 대놓고 얘기하다 보니 무겁고 재미없다는 평이 많아 재미도 있으면서 작품성도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다”면서 “천성일 작가의 대본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추노> 제작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곽정환 PD.

그의 바람대로 중반부를 향해 가고 있는 〈추노〉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 나쁘지 않다. 빼어난 영상 등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추노〉는 병자호란 이후 혼란했던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추노〉에는 사랑하는 노비 언년이와 함께 살고 싶은 소망에 “양반 상놈 구분 없는 세상”을 꿈꾸는 대길(장혁 분)과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혁을 꿈꾸는 태하(오지호 분)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한성별곡-正〉에서 개인의 소망을 시대·권력이 어떻게 좌절시켰는지 그렸다면, 〈추노〉에서는 끈질긴 소망을 가지면 미약한 힘이나마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나아가서 제도나 시대의 모순을 핑계 삼아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좌절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단, 이것은 모두 작품의 질을 유지하고, 대중성을 지켜냈을 때 가능한 이야기겠죠?”

현재 〈추노〉를 둘러싼 논란도 물론 있다. ‘선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곽 PD는 말을 아끼면서도 ‘초콜릿’ 복근, 노출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추노〉는 지금보다 더 계급 구조가 엄격하고 개인이 극복하기 힘겨운 모순이 존재하던 시대에 살던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라며 “시대적 모순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육체성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다해의 노출 논란에 대해서도 곽 PD는 “무슨 얘기를 해도 지금은 논란만 더 커진다”면서 “드라마가 끝난 뒤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노〉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한창 바쁘게 촬영하고 있는 지금도 곽 PD의 바람은 하나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것.

“〈추노〉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추노〉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모순에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시간과의 싸움이겠죠?”

▲ <추노>에서 추노꾼 대길 역을 맡은 배우 장혁 ⓒKBS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