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계는 승자독식주의…지상파 공멸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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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단독중계 꼭 나쁜가” KBS “월드컵·올림픽은 공공재”

2010 남아공 월드컵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계권을 둘러싼 논란과 더불어 방송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BS와 KBS가 중계권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문화연대 주최로 지난 9일 열린 ‘스포츠 중계권 분쟁,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SBS 월드컵 광고 게재, 또 한 번 협상 파기”

▲ 지난 9일 ‘스포츠 중계권 분쟁,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가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PD저널
이날 토론회에선 SBS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주영호 SBS 정책팀 연구위원은 “SBS가 절대 잘 했다는 게 아니”라면서도 “시청자 입장에선 방송 3사의 순차편성을 통해 중계를 보는 것이나, 특정 방송사를 통해 모든 경기를 보는 것이 무슨 차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SBS를 비판해온 KBS를 의식한 듯 “시청자를 방패삼아 자사 입장을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SBS가 수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한 게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라고 받아쳤다.

김춘길 팀장은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이벤트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공공재로 분류된다. 그래서 그동안 방송 3사 공동으로 중계해 온 것”이라며 “2016년 이후에도 올림픽과 월드컵이 있고 그 사이에 WBC라든지 아시안게임과 같은 이벤트가 있다. 그 때마다 SBS는 ‘코리아 풀(KOREA POOL)’을 동원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방송권을 구매하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SBS가 전날(8일) 월드컵 중계와 관련한 입장을 담은 전면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SBS의 광고는 기본적으로 또 한 번 협상을 파기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합의 영역을 뛰어넘는 협상 과정에서의 돌출적 플레이는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영호 위원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음 단독으로 올림픽을 치른 SBS가 스스로 다그치거나 채찍질하는 의미”라며 월드컵 단독 중계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방통위 개입 필요” VS. “자율적 합의기구 맡겨야”

중계권 분쟁의 해결 방안을 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법에 근거해 방송사간 합의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개입 여부를 두고는 이견이 제기됐다.

▲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제작팀장(왼쪽)과 주영호 SBS 정책팀 연구위원. ⓒPD저널
이날 발제를 맡은 이영주 미디어문화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리아 풀’의 유지와 스포츠 중계권 분쟁 발생 시 방통위의 신속한 개입 등을 골자로 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영방송이 반드시 중계해야 하는 범주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지정해야 한다”면서 또한 “방송법 시행령 등을 통해 방송사간, 매체 간 분쟁 발생 시 해결의 기준과 강제 조항들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단독 중계는 기본적으로 승자독식주의”라며 “방송법에 근거해 방통위나 문화부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부의 유출을 최소화 하고 시청자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공멸을 피하고 공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중계권 문제는 시청자와 방송사 자율의 영역”이라며 “청와대나 문화부 등 국가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지상파 3사가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이제 3사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면서 “시청자와 방송사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합의기구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강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창구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일본 NHK의 사례처럼 국가 기간방송인 KBS로 협상 창구를 단일화 하고, 중계권 배분이나 플랫폼 다양화에 대한 논의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또한 김춘길 KBS 팀장은 “월드컵과 올림픽은 필수사항으로,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기는 상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법제도를 정비하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든, 공영방송이 월드컵과 올림픽을 제대로 방송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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