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속 켜켜에 풍경 하나씩 재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contsmark1|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풍경들의 연속사진인 셈이다. |contsmark2| |contsmark3| |contsmark4|유년, 가족, 친구, 사랑, 슬픔, 죽음, 전쟁. 이렇게 많은 풍경의 조각들이 엇비슷하게 교차되면서 그리게 될 궤적은 무엇일까? |contsmark5| |contsmark6| |contsmark7|비디오나 영화는 이러한 모습들을 멀리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보게 해준다. 불가능한 양태의 길(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 |contsmark8| |contsmark9| |contsmark10|근작의 영화들을 모아, 화면 속의 일을 현실의 문화현상으로 끄집어낸 책이 있다. 일전에 일본으로 떠난 동생의 책 꾸러미에 꽂혀있던, 비료포대 표지를 한, 누우런. |contsmark11| |contsmark12| |contsmark13|‘영상화두’ |contsmark14|기존 영화 읽기의 까다로운 말장난이 좀 있어서 두 줄 건너 잠시 생각하고 괜히 뒷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다시 두 줄을 읽어 내리는, 그러다간 몇 페이지를 거뜬히 몰입해 내는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contsmark15| |contsmark16| |contsmark17|생각해보면 “황비홍” 에서 중국의 역사를 보고, “오딧세이2000” 에서 인류의 미래를 읽어내는 것쯤은 용이하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겠거니 하는 이 “거리감”은 여전하다. |contsmark18| |contsmark19| |contsmark20|그러나 저자 김용호의 화두는 이 거리감을 부순다. 아니 없애 버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다시 말하면, “김용호식 영화읽기” 는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모르게끔 깜쪽 같다는 것이다. 문체 또한 스피드와 재즈, 펑키를 살려 충분히 젊으며, 유유히 흐르는걸 봐서는 다분히 몽환적이다. |contsmark21| |contsmark22| |contsmark23|오늘날의 책읽기가 베스트와 베스트, 실용과 편리가 모토인 듯 한데, 이토록 지루하고 길게 읽혀지는 책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contsmark24| |contsmark25| |contsmark26|겉 표지를 열면 영화가 나오고 그 영화의 제목이 줄줄이 목차로 표기된 이 누우런 ‘영상화두’에 젖어봄은 어떨른지…. |contsmark27| |contsmark28| |contsmark29|이제 풍경 하나를 영화 하나라고 보고, 영화 하나를 그 풍경의 조각들로 보아만 준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이 책 읽기에 시간 한번 주시라. |contsmark30||contsmark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