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해’가 ‘성과’로 둔갑한 방통위 2주년 자체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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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통위 출범 2주년, 사회 갈등 부른 정책까지 자화자찬

“방송·통신 융합의 제도적 기반 마련 및 융합서비스 활성화, 차질 없는 방송의 디지털전환 수행,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송·통신 서비스·콘텐츠 발전여건 조성 및 해외진출 확대, 소외계층 방송 접근권 확대, 글로벌 방송·통신 환경에 맞춘 각종 규제 개혁.”

26일로 출범 2주년을 맞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밝힌 방송 분야 관련 주요 정책 성과다. 그러나 방통위가 출범 2년 동안의 ‘성과’로 뽑은 이들 정책의 상당수가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안팎의 심각한 갈등을 불렀거나, 현재까지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성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법’ 논란 해소되지 않은 방송법…언론계 전반의 ‘종편’ 딜레마

방통위가 출범 2년차의 정책 성과로 꼽은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글로벌 방송환경에 맞춘 각종 규제 개혁 등은 모두 지난해 7월 여당이 ‘위법’ 논란 속 강행처리한 언론관계법, 특히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내용이다.

개정 방송법은 신문·대기업의 지역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지분소유·경영을 허용함은 물론(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지분소유·경영 허용은 2012년 이후로 유예)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진출도 허용했다. 외국자본 역시 종편·보도채널의 지분을 각각 20%, 10%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1인 지분 소유 제한도 30%에서 40%로 늘렸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방통위
방통위는 개정 방송법에 담긴 일련의 내용을 언급하며 “규제 완화로 방송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여당과 함께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명목으로 추진한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놓고 국내 방송·언론 관계자들은 물론 국경없는기자회, 국제엠네스티 등까지 정치·자본 권력에 의한 한국의 언론자유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헌법재판소가 방송법 등의 처리과정에서 ‘위법’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국회의 자율적인 시정을 요구했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이 부작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련의 내용들이 방통위의 정책 ‘성과’로 꼽히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뿐 아니다. 방통위는 방송법 등의 개정 직후 당장이라도 종편 사업자 선정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처럼 굴었지만 갖가지 이유로 관련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종편 진출을 선언한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지난 18일 최시중 위원장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종편 일정 지연에 대한 잇단 항의성 질문에 눈물을 보이면서 연말까지 종편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방통위가 계속해서 ‘말’을 달리한 전례를 언급하는 실정이다.

최 위원장이 연초 출입기자 신년하례회에서 연내 KBS 수신료 인상을 강조하며 세간에 떠돌던 ‘수신료 인상=종편 광고시장 만들기’ 등식을 사실상 확인한 것도 논란이다. 종편을 위해 방송·언론의 자유 훼손 우려와 함께 수신료를 부담하는 시청자 국민의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냐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성과’ 주체 논란…“성과냐, 폐해냐” 의견 분분

또한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가상·간접광고 도입과 방송법 개정을 통한 방송광고 사전심의 폐지 등을 언급하며 규제개혁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성과라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 때도 이를 규제개혁 성과를 꼽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안정상 민주당 방송·통신 전문위원은 당시 “광고 사전심의 폐지는 지난 200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사전검열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들어 위헌 판결을 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당연히 폐지됐을 뿐 정부가 나서 규제완화 차원의 제도 개선을 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전문위원은 “오히려 이 규정의 폐지를 악용, 지난해 방송협회(당시 회장 이병순 전 KBS 사장)는 정부의 일방적인 언론법, 4대강 홍보 광고는 무한정 허용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광고는 방송사의 사전심의로 차단하거나 변형시켰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성과로 꼽은 차질 없는 디지털 전환 수행과 관련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디지털전환 특별법을 개정하고 아날로그TV 시범종료 지역 4곳을 결정했다. 또 디지털 전환 인지율도 전년 34.9%에서 55.8%로 증가하고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률 역시 같은 기간 동안 38.7%에서 55.1%로 증가, 방통위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정확한 아날로그TV 종료일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방통위 내부에선 2012년 12월 27일과 12월 31일을 두고 막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료방법 역시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아날로그TV 종료와 관련한 일정 등이 미리부터 확실하게 정해져야 그 후 디지털TV 방송 채널이 바뀌는 지역의 시청자들에게 채널조정 등과 관련한 홍보가 가능하다”며 “미국의 사례에서도 봤듯 철저히 준비해도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방송 ‘통제’ 논란…위원장 사퇴요구 높아

정책을 떠나 방통위의 수장인 최시중 위원장의 ‘정치적’ 태도와 관련한 논란이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2년 전 3월 26일 취임 첫 날부터 최 위원장은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현 정권이 야당 시절부터 ‘눈엣가시’로 여겼던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을 종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 특보 출신 인사들을 줄줄이 방송사 수장으로 앉히며 ‘방송장악위원장’ 또는 ‘방송통제위원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최근 권력기관의 MBC 개입을 시사한 <신동아> 인터뷰로 해임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정권의 방송 개입을 당연한 듯 말하는 인사들을 임명한 것도 최 위원장으로 언론계 안팎의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방통위 출범 2주년을 앞둔 지난 25일 언론·시민단체들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서를 발송, 최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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