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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공황

|contsmark0|부평의 대우자동차 공장 주변에서는 어제까지의 동료들이 농성하는 현장을 가로질러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 돌린 채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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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이처럼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동료들이 담벼락 저 편에 서서 “같이 출근하자”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출근 버스에 타야하는 살아남은 노동자는 어떠한 심리상태에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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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그들이 과연 “나는 살았으니 다행이다. 이제 회사에 충성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가 이런 방식으로 갈라지는 이 잔인한 세상에서 정신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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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대우 자동차 폭력 진압 비디오를 보면서 필자가 가진 생각은 폭력진압의 잔인함에 대한 놀라움과 전율보다는 오히려 피를 흘리며 앉아있는 피해 노동자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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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그들의 표정은 고통을 못이기는 신음,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였다기 보다는 허탈감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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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바로 날벼락과 같은 해고 통지서를 받고 또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맞아 앉아있던 동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아야만 하는 동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진압의 잔인성보다는 오히려 이 광경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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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이 비디오를 보면서 나는 50년 전 전쟁통에 이 땅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이 연상되었다. 억울하게 팔과 목이 잘린 형제와 이웃, 사랑하는 남편의 시신을 뒤척이던 여인네들의 피울음이 2001년 오늘의 이 화면과 겹쳐진 것은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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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회사에 다니다가 보면 해고될 수도 있고 또 살다보면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총 맞아 죽는 일과 해고되는 일이 우리나 영어권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모가지 혹은 fire)이지만 이 두 사건이 일어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을 겪거나 지켜본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극히 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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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즉 피해 당사자나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웃에게 합당하게 설명되지 못하는 폭력과 죽음이 미치는 효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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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즉 사회적으로 설득되지 못하는 억압과 폭력은 산 사람 혹은 죽음 직전에 살아난 사람들에게 희망, 안도감 혹은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정신적 공황 상태로 몰아간다. 그것은 비굴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만큼이나 황폐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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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50년대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혼란과 비리는 전쟁을 겪은 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상처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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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90년대 후반 이후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혼란과 도덕적 파탄 상태도 97년 이후 시장 만능주의와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서 살아야하는 노동자들의 정신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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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좌절감, 허탈감, 자기모멸감, 비굴함, 생존의 몸부림 등이 결합된 이 특유한 심리상태는 상당수의 셀러리맨과 노동자들 나아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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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대우 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이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한국의 일터가 이러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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