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직개편을 위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중간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컨설팅 추진 과정과 비용 산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컨설팅은 지난해 9월 손병두 이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위한 경영진단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KBS본부의 지난 13일 특보에 따르면 이사회 내부에서 컨설팅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공식 의결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손병두 이사장 한 마디로 컨설팅이 결정됐다는 얘기다. 노조는 “불과 4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차마고도>의 제작비 2배가 넘는 24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아무런 의결절차 없이 이사장 1인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컨설팅, 이사회 의결과정 안 거쳐 … 김인규 사장, 취임 한 달만에 BCG와 계약
김인규 사장 취임 후 컨설팅 추진은 급물살을 탔다. 김 사장은 취임 한 달이 채 안된 지난해 12월 21일 BCG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한 달 뒤 계약을 체결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업체 선정은 공개적인 일반경쟁입찰이 아닌 제한경쟁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KBS본부는 또 24억원의 컨설팅 비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계약금액에 비해 실제 비용 산정은 워낙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다. KBS본부는 “지난 2000년 인사·조직설계분야에 국한해 6개월 동안 실시한 아더앤더슨 컨설팅 비용이 2억8500만원이었다”며 “이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 컨설팅 비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BCG 팀장 한 주 인건비만 2200만원 … “24억 들였지만 비용 산정은 주먹구구”
KBS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CG는 이번 컨설팅에 11명의 인력을 투입했고, 17주간 이들의 인건비만 21억원이 넘는다. 팀장의 주당 인건비는 2200만원이다. KBS본부는 “아무리 글로벌 컨설팅업체의 한국사무소라고 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거액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드는 것은 비용이 모두 수신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KBS본부는 “BCG 중간보고서는 김인규 사장이 강변해온 게이트키핑 강화, PD저널리즘 축소 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며 “공영방송 KBS 완전장악계획을 담은 ‘특보사장 OEM(주문자생산방식)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컨설팅 계약 내용과 진행 과정 전면적인 감사해야”
언론노조 KBS본부는 “BCG 컨설팅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약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손병두 이사장과 김인규 특보사장은 BCG 컨설팅이 과연 24억원의 가치가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난 13일 BCG 관계자를 만나 중간보고서에 포함된 인력감축 등에 강력 항의했고, 이 자리에서 BCG 측은 “외국방송사 사례 등 구체적 사례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가 안 된 점을 인정하고, 노조가 문제제기한 부분을 적극 검토해 최종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