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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노조 불패신화 깨겠다”…노조 “몰아내는 것만이 해법”

MBC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김재철 사장은 노조의 파업을 ‘정치투쟁’으로 규정하며 “협상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다음 주부터는 사측이 징계나 고소·고발 등 본격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큰집’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 이행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노조의 요구는 받지 않을 것”이라며 “여름이 올 때까지, 단풍이 떨어지고 겨울에 눈이 내려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계속해서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다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징계 절차라든지 손배소나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 사장은 또 지난 19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국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체인력 문제와 관련해 “YTN과 MBN에도 좋은 기자들이 많다. 순혈주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제작은 외주를 주면 된다”는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MBC노조의 불패 신화를 이번 기회에 끊겠다. 마지막 기회다”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엔 꽤 강경한 태도로 보였다”면서 “말로는 노조와 계속 대화하겠다고 하면서 협상을 거절한 셈이다. 어떻게든 후배들이 많이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김재철 MBC 사장이 20일 MBC 본사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렸다. ⓒMBC노조
김재철 사장은 앞서 이날 오전 여의도 MBC 본사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잠적설’까지 떠돌던 김 사장이 MBC 본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12일 만으로,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MBC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입만 열면 거짓말 김재철은 물러가라” “방송인은 MBC로 정치인은 지역구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김재철 사장을 막아섰다. 그러자 김 사장은 “노조의 파업은 정치투쟁”이라고 못 박으며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냐”고 맞섰다.

이에 이근행 본부장이 “김우룡 전 이사장을 왜 고소하지 않냐”고 추궁하자 김재철 사장은 확답을 피하며 “나도 자신 있으니까 토론회를 하자”고 말했다.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단히 잘못된 분”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이번 사태를 정치투쟁의 구도로 다시 짜려는 것 같다”며 “자신을 약자로 만들어 상황을 돌파하려는, 정치사장 특유의 술수”라고 꼬집었다.

이근행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은 말만 앞서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술수만 부릴 뿐, 기본적으로 노사관계에 진정성이 없다”며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고 변명하기에 바쁜 김재철 사장을 신뢰할 수 없다. 결국 몰아내는 것 외에 그 어떤 해법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이번 주까지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다음 주부터 징계와 고소·고발 절차를 밟는 등 본격적인 강경 진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기화 홍보국장은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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