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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검’ 이어 ‘섹검’이냐”…박기준 지검장, 최승호 PD 협박까지

MBC 〈PD수첩〉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검찰과 스폰서의 실체를 폭로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은 부랴부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D수첩〉은 20일 법의 날 특집 ‘검사와 스폰서’편에서 대형건설사 대표 출신의 ‘스폰서’가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지난 25년간 검찰을 접대한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PD수첩〉이 입수한 ‘접대 문건’에는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성 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보자인 홍두식 사장(가명)은 자신이 25년간 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고 고백하며, 최소 100명, 전직 검사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자신으로부터 향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검사-스폰서 ‘이심전심’…술값 대납이 인지상정?

〈PD수첩〉은 홍 사장의 제보를 바탕으로 향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사와 룸살롱 여종업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 룸살롱 종업원은 “모 검사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모텔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또 한 부장검사는 검찰청 회식 때 스폰서가 대신 계산해주는 것을 “인지상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20일 방송된 MBC 'PD수첩-검사와 스폰서'편. ⓒMBC
〈PD수첩〉은 특히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현직 고위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해 파문이 거세다. 제보자 홍 씨는 “한승철 당시 부산지검 형사3부장이 10회 이상 술 접대 등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승철 감찰부장은 스폰서의 존재나 룸살롱 참석 등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박기준 검사장, 최승호 PD에 “네가 뭔데?”

2003년 당시 부산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던 박기준 검사장 역시 홍 사장과는 한 두 번 만난 사이라며 그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D수첩〉이 공개한 홍 사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박기준 검사장은 “우리가 말하지 않고도 서로 이심전심으로, 너와 나와의 관계는 그런 정도의 동지적 관계에 있고, 서로 우리의 정은 그대로 끈끈하게 유지가 된다”고 말하는 등 상당한 친분을 과시했다.

취재를 맡은 최승호 PD가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박기준 검사장에게 사실을 추궁하자 박기준 검사장은 오히려 그는 “네가 뭐냐”면서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내가 경고를 하잖아요. 지금 그 친구가 법정에서 증거 조작을 하고 그 다음에 명예훼손 범행을 하고 하는 부분에서 최 PD가 지금 같이 가공하는 겁니다. 딱 오늘 시간으로 3시 반에 딱 5분 전부터 내가 딱 이야기를 하거든. 제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당신한테 경고했을 거야. 그러니까 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물론 내가 형사적인 조치도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민사적으로도 조치를 다 할 거예요.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당신이 뭔데? 아니, 네가 뭔데? 너 저기 무슨 PD야?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

“‘떡검’ 이어 이젠 ‘술검’ ‘섹검’이냐?”

▲ 부산지검 홈페이지와 대검찰청 '국민마당' 게시판은 접속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검찰과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나자 시청자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이 나간 직후 〈PD수첩〉 시청자게시판에는 2000건 이상의 글이 쏟아졌고, 부산지검과 대검찰청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되고 있다. 박기준 검사장 등 방송에서 공개된 검사들의 이름은 한때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떡검’에 이어 ‘술검’, ‘섹검’이라고 비난하며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최승호 PD는 인생을 걸었다. 아니 MBC는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 이제 국민들이, 바로 우리들이 그들을 지키고 이번일이 다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행동도 21일 논평을 내고 “‘PD수첩’은 살아있는 공영방송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었다”면서 “MBC를, MBC ‘PD수첩’을 지키기 위한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방송된 〈PD수첩〉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 1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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