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악질적 대응, 살의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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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고소 및 손배소 검토에도 파업 참여 인원 최고기록 경신

“MBC에 악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MBC노조 집행부를 집단 고소하고 무더기 징계를 시사하면서 MBC에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2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 집행부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대해선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MBC측은 또 노조 간부들을 무더기 징계 조치하고, 광고 영업 손해분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근행 MBC본부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 가장 악질적인 노무 대응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파업 24일째인 28일 오후 MBC 방송센터 1층 ‘민주의 터’에서 열린 집회에서 “손해배상소송으로 가압류가 결행되면 노조는 죽는다”면서 “지금 김재철 사장은 조합을 향해, 여러분과 저를 향해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배소를 당하면 노조의 활동이 묶이고 간부들이 재산을 압류 당해 가정이 파괴되고 이혼이 속출한다. 손배소로 인해 한해 4명의 노동자들이 분신을 한다. 압류라는 건 이전에 MBC에서 없었던 노무 대응 방식이다. 일반 기업체나 재벌처럼 소유주가 있는 회사에서 대응하는 정말 악질적인 노무 방식이 지금 MBC에서 자행되고 있다. 노조를 죽이고, 더 이상 노조에 기대 공정방송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념을 갖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궤멸시켜버리겠다, 죽여 버리겠다는 것이다. 살의를 느낀다.”

▲ 사흘째 단식 투쟁 중인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PD저널
이 본부장은 이어 “소위 MBC의 경영을 책임진다는 자들이 후배들에게 악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며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배소와 압류가 현실화 된다면 MBC에 대한 모든 애정과 희망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런 회사라면 지킬 가치도 없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초조해진 김재철, ‘노조 파괴 공작 4종 세트’ 실행”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형사 고소 △무더기 징계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손배소 제기 등 사측의 잇단 초강수를 ‘노조 파괴 공작 4종 세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쯤 완성판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보흠 국장은 특히 사측의 업무방해 금치 가처분에 대해 “악랄하다”고 비판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등의 출근을 저지할 경우 1회당 조합에 2000만원, 간부 18명에 각각 200만원의 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구호와 고함을 외치거나 피켓, 현수막 등을 들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행위들에 대해서도 모두 ‘업무방해’로 규정, 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보흠 국장은 “김재철의 첫 번째 전략은 노조 파업 ‘김 빼기’였다. 그런데 전혀 안 빠지니 결국 초조해진 김재철이 내가 죽든 어떻게 되든 일단 깨부수기로 작전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무복귀 시한이 27일 오전 9시까지였는데, 이를 과감히 거부하고 파업 23일 만에 최대 인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사장이 ‘식물’이 된 것이다. 업무에 복귀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오히려 파업 참여 인원이 정점을 찍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그 뜻을 알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식물이 되든 무생물이 되든 남아있겠다는 식인 것 같다. 식물로 살아갈 수 없으니 ‘절친’ 영등포경찰서 김 형사에게 전화해서 ‘나 좀 MBC 들어가게 해 달라’고 민원을 넣은 것 아닌가. 김재철이 초조하지 우리가 초조한 상황이 아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분노와 의지로 MBC를 도배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우리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MBC가 낙하산의 무덤이라고 하지만, 노조 집행부의 무덤은 그보다 훨씬 많다”면서 “지금 김재철을 몰아내더라도 우리가 왜 싸우고 분노했는지 그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이긴 게 아니다. 이 분노와 의지를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올라가 방송과 프로그램을 지키고 우리의 양심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게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째 서울 각지서 1인 시위…“호의적 반응에 힘 얻어”

한편 MBC노조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 등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파업 참여 인원이 점차 늘어나 28일 현재 657명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 MBC노조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MBC노조는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파업의 이유와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전날 서울 지하철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김정근 아나운서는 “파업이 4주째인데 왜 파업을 하는지, MBC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힘을 많이 얻었다. 한명, 한명 나가서 우리의 정당성을 알린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말·말·말
“왜 우릴 김우룡 취급하나”
-사측의 업무방해 혐의 고소와 관련, 피고소인 명단에서 제외된 이동희 MBC노조 여성국장과 양효경 보도부문 민실위 간사가 “왜 우리를 김우룡 취급하고 고소하지 않느냐”며 흥분. MBC측은 노조 집행부 가운데 여성국장과 교육문화국장 등 비전임 국장과 민실위 간사 등을 제외한 13명을 27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큰집 쪼인트’ 발언의 주인공인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고소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누가 누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건지…”
-28일 MBC노조 파업 집회의 진행을 맡은 김나진 아나운서. 사측의 업무방해 혐의 고소에 대해 “나는 일 하고 싶어 죽겠는데, 내 업무가 방해당한 거지, 우리가 업무를 방해한 건가. 누가 누구를 고소하나”라고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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