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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째 동조단식 줄이어…사측 고소에 ‘분노’ 들불처럼 번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오늘(30일)로 26일째가 됐다. 이는 지난 1992년 최창봉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52일간의 파업 이후 두 번째로 긴 MBC 파업 기록이다.

사태는 장기화 되고 있지만,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불법 집단행동과 타협 불가” 방침을 밝히며 MBC노조 집행부 13명을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진하는 등 잇달아 초강수를 띄웠고, 반면 이근행 MBC본부장은 닷새째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며 “김재철 퇴진만이 해답”이라며 맞서고 있다.

▲ 닷새째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이근행 MBC노조위원장 ⓒPD저널
김재철 사장의 노조 집행부 고소는 MBC 안팎에서 이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즉시 연대 투쟁을 결의했고, MBC 기자들은 ‘보도국 선배’이기도 한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김재철 사장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기자들은 지난 29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며, 사퇴를 거부할 경우 불신임 투표도 추진키로 했다.

또 29일부터는 입사 14년차에서 20년차에 이르는 24명이 자발적으로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차장급 사원들이 집단적으로 동조 단식을 벌인 것은 MBC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96년 입사한 40여명의 사원들도 다음달 2일부터 자발적으로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와 동조 단식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각 부문별, 사번별로 독자적 행동을 결의하고 나서는 등 김재철 사장에 대한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MBC노조는 30일 오후 3시부터 지역MBC 지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김재철 퇴진-노조 탄압 분쇄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황희만 임명 철회, 안 되면 자진사퇴라도 해야”

이런 가운데 MBC PD협회·기술인협회·카메라감독협회·아나운서협회·기자회·미술인협회·보도영상협의회·경영인협회 등 8개 직능단체는 30일 공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황희만 부사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의 고소와 손배소 제기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일어날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이들은 “현재의 난맥상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사장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사장 스스로 황희만 부사장에 대한 임명을 철회해야 하지만 만약 그마저도 어렵다면 황희만 부사장에게 MBC를 살리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장이 직능단체들을 비롯해 선배사원들과 조합의 수많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다수의 목소리를 ‘일부’의 ‘집단행동’으로 치부하고 있는 사장의 인식을 우려한다”면서 “지금 사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어느 특정 부문, 일부 조직의 것이 아닌 회사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요, 집단적 양심의 발로이다. 사장은 마땅히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김재철 사장이 직능단체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에 따르면 직능단체 대표들은 지난 26일 김재철 사장에게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법적 조치 시행 등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다음날 오후 공식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그랬던 사장이 28일 아침 조합원들 앞에서 직능단체 대표들을 만나겠다고 말하고나서는 또다시 말을 뒤집었다”며 “사장은 어떻게든 파국을 피하려는 노력을 외면하고 대화를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들은 최근 선임자노조가 성명을 통해 파업 참가자 전원에 대한 인사 조치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진정 회사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해 의사표시를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충고하며 “마지막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일터, MBC”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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