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개입’이 사태 본질, 정권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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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한달…“정권, 사태 장기화 유도해 MBC 붕괴 노려”

MBC 파업이 한 달을 넘어섰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인사 개입’ 폭로와 황희만 부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지난달 5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1992년 ‘52일 파업’에 이어 MBC 역사상 두 번째로 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열기 고조, 지지여론 높아=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27일 노조 집행부를 형사고소하고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역MBC 19개사 전체에도 고소와 손해배상소송 등의 조치를 지시하고 “불법 집단행동을 접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희생은 커질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사법조치를 동원한 사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MBC 내부의 파업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파업 참여 인원은 점차 늘어나 지난달 28일 657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가 주도하는 투쟁에서 직종별, 사번별 자발적인 결의와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고소는 파업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사측이 MBC 사상 유례 없는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MBC 기자 252명은 지난 3일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했다.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 등 80년대 입사한 기자 50여명까지 대거 참여한 MBC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재철 선배를 이제 선배로도 인정할 수 없다”며 “떠나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들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이어 김재철 사장에 대한 고소를 검토 중이며, 노조 등과 협의해 김 사장 불신임 투표도 추진할 예정이다.

▲ MBC노조 파업에 대해 시민들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PD저널
또 이근행 본부장의 단식 투쟁이 2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자발적 동조 단식이 줄을 잇고 있다. MBC 사상 최초로 차장급 사원들이 집단 동조 단식에 나서는 등 4일 현재 60여명의 조합원들이 단식 투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PD협회와 기술인협회 등 8개 직능단체들도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지금 사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어느 특정 부문, 일부 조직의 것이 아닌 회사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요, 집단적 양심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언론·시민사회와 각계각층의 파업 지지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MBC 안팎에서 답지한 파업 지지 성금은 지난달 30일 1억원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앞장서서 ‘자발적 시청료’를 결의하고 나섰다.

MBC 파업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주 지역 한인들은 지난달 26일부터 MBC노조 후원금 모금 운동을 진행 중이다. 또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6일 MBC를 직접 방문해 정권의 MBC 장악 음모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에서도 MBC의 파업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MBC 공권력 투입 또는 집행부 징계 시 연대파업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참여연대와 문화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공영방송 MBC 지키기 시민대회’를 개최한다.

■김재철과 정권의 침묵, 의도는?=그러나 노조의 파업과 여론의 압박에도 김재철 사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7일 노조 집행부를 고소한 이후 외부 일정을 이유로 MBC 본사 출근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충돌을 피하고 있다.

특히 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수십 명이 단식 투쟁을 벌이는데 대한 반응조차 없다는 비난이 거세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이근행 본부장 단식 9일째인 4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몸무게가 4㎏ 빠졌고 호흡곤란이 오거나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하며 “그런데 사측이란 자들이 반응은커녕 언제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할지를 놓고 서로 싸우는 기막힌 상황이다. 이 정도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 MBC 노조 파업이 한 달을 넘어서고 있지만, 김재철 사장은 법적 대응 외에는 별 다른 반응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여당과 보수신문의 ‘침묵’도 의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권에 불리한 여론 조성을 막으면서 MBC와 노조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근행 본부장은 지난 3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정권 핵심에서 MBC 문제의 장기화를 유도함으로써 MBC가 스스로 붕괴되기를 의도하고 있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방문진 정상모 이사도 “문제의 본질은 이른바 ‘큰집’의 개입 의혹”이라며 “본질이 그렇다면 방문진의 선을 넘어서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향후 어떤 사태가 유발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본인 의사라고 볼 수 없다”면서 “‘큰집’ 개입 의혹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해결은 쉽지 않다. 설사 김재철 사장이 방법을 모색한다든지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해도 힘들다.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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