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기본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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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국내 언론·표현의 자유 후퇴 ‘우려’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다양성이다.”
“국가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의 공권력이 언론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프랭크 라 뤼 UN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의사 표현의 자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방한한 프랭크 라 뤼 보고관은 6일 언론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언론과 표현이 자유가 후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95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라 뤼 보고관은 이날 저녁 7시 30분 여의도 MBC 방송센터 지하 귀빈식당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 언론 관계자들을 만나 △미디어법 처리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YTN ‘낙하산’ 사장 논란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과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 임명 등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최상재 위원장을 비롯해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YTN 해직기자),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 송일준·이춘근 전 〈PD수첩〉 PD 등이 배석했다.

▲ 프랭크 라 뤼 UN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6일 저녁 MBC에서 언론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실태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PD저널
이날은 MBC노조 파업 32일째로, 면담이 진행되는 시각 방송센터 남문광장에선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었지만, MBC 파업에 대한 별도의 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다양성’ 강조, 미디어법에 대해 ‘우려’

이날 면담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국내 언론 상황에 대해 브리핑한 뒤 세부 안건에 대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취재진이 있으면 편안하게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라 뤼 보고관의 의견에 따라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라 뤼 보고관은 앞서 인사말 형식을 통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다양성”이라며 “개개인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고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1시간 10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도 줄곧 언론의 다양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재 위원장에 따르면 라 뤼 보고관은 “공영방송이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경우라도 정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면서 “언론 다양성과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특히 공권력이 언론을 위협하고 형벌수단으로 사용되는데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한길 언론노조 정책실장에 따르면 라 뤼 보고관은 △한국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미디어법이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으며 △검찰 등 국가기관을 통한 표현의 자유 억압, 언론 비판에 대한 국가 공무원의 명예훼손 고소는 옳지 않다는 등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프랭크 라 뤼 UN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오른쪽)이 6일 저녁 MBC에서 언론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실태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PD저널
그는 미디어법에 대해 “보수언론과 자본, 또는 보수언론끼리의 결합을 쉽게 함에 따라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아무리 민영방송이라 하더라도 주파수가 공공의 영역인 만큼 반드시 공공성이 강조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기본은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가 검찰을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있지만, 한국은 사법부 독립이 잘 돼서 무죄 판결이 나온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이 기소한다는 자체가 위협이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국가나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국가와 공무원은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뤼 보고관 “이명박 대통령도 만나고 싶다”

프랭크 라 뤼 보고관은 6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정부관계자, NGO단체 등을 만나 의사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언론과 관련한 공식 일정은 6일 단 하루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길 실장은 “언론노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언론과 표현의 자유 후퇴에 대해 보고서 형태로 사전에 전달했고,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언론 관계자들의 면담을 희망해옴에 따라 이날 면담조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라 뤼 보고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6일 오전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은 듣지 못했다”며 “만나면 한국 정부의 인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C 사측 관계자들을 만나고 싶다며 언론노조로부터 연락처를 전달 받기도 했다.

라 뤼 보고관은 오는 17일 출국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표현의 자유 실태 조사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는 1년 뒤쯤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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