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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파리 에펠탑 아래 잔디밭인 샹-드-마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봄날을 즐기려 했다. 그러나 젊은 파리지앵(Parisien)들의 낭만이 펼쳐질 것 같았던 이날 행사는 실현되지 않았다. 평소처럼 가족들과 젊은이들, 여행객들이 에펠탑 아래서 휴일을 즐길 뿐이었다.

최대 5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 행사는 ‘아페로 제앙’ 이라는 이름의 술자리였다. ‘아페로’는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가벼운 술을 뜻하는 아페리티프를 뜻하고 ‘제앙’은 크다는 뜻의 형용사이다. 지난 2009년에 봄날 저녁을 즐기자는 취지로 프랑스 네티즌들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페이스북을 통해 각 도시 별로 정해진 날짜가 되면 사람들이 도심 광장에 모여 술을 마시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행사의 주최라 할 사람도 없고 계획된 프로그램도 없이 그저 사람들이 모여 각자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는 것뿐이다.

▲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아페로 제앙’의 모습.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술에 취하니 시비가 붙거나 폭력행위가 발생하게 되어, 아페로 제앙이 치러지는 날이면 경찰들은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의 정점을 찍은 낭트에서, 결국 문제가 터졌다. 5월 12일, 낭트에서는 1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모여 술판을 벌였는데, 13일 새벽, 21세 남성 한 명이 술에 취해 육교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이다.

낭트에서 한 젊은이가 죽자, 시민들 사이에서 아페로 제앙에 대한 열기는 곧 수그러들었다. 며칠 뒤 르망, 안시 등에서 열린 아페로 제앙에는 예상보다 작은 수백명의 사람들만이 저녁 술자리에 나왔다.
참여인원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파리에서는, 경시청이 아페로 제앙을 막기 위해 한달여 전부터 총력을 기울였다. 파리 경시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페로 제앙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이지만, 위험요소들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샹-드-마의 넓은 공간을 철망 등으로 봉쇄해 아페로 제앙을 물리적으로 저지했고 결국 파리 아페로 제앙은 열리지 않았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서 아페로 제앙에 참여하려고 일부러 왔다는 21세의 여학생은 르 푸앙(Le Point)지와의 인터뷰에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적어도 1만 명 이상은 모인다고 들었는데, 친구 둘과 단지 3명이서 아페리티프를 마셨다”고 말했다. 르 푸앙지는, “아페로 제앙 같은 행사가 있기 전부터 이미 파리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에펠탑 아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왔다”며 아페로 제앙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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