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주인공들, 친척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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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MBC 휴먼다큐 〈사랑〉 김새별 PD

매년 5월이면 손꼽아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 휴먼다큐 〈사랑〉이다. 지난 2006년 안방을 눈물로 적시며 시작한 〈사랑〉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사랑이야기로 5년째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새별 PD가 있다. 김 PD는 지난 2008년 안소봉 씨의 눈물겨운 투병기와 딸에 대한 사랑을 그린 ‘엄마의 약속’편을 시작으로 3년째 〈사랑〉 연출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고마워요, 내 사랑’편을 통해 또 다시 안방에 ‘사랑 바이러스’를 전파한 김 PD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특별히 더 애착을 갖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방송된 '고마워요, 내 사랑'편의 경충씨(가운데)와 두 아들 단이, 준이. ⓒMBC
‘고마워요, 내 사랑’은 재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룬 안은숙 씨가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남편과 아이들을 뜨겁게 사랑했던 시간들의 기록이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밝고 유쾌해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던” 은숙 씨는 폐암 말기로 투병한 끝에 지난 3월, 생을 마감했다.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은숙 씨의 마지막을, 김 PD는 담담하게 전했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보다, 간절한 사랑 고백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남편과 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카메라는 담담했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김 PD의 마음까지 담담할 수만은 없었다. 딸 소윤이의 첫 돌까지만이라도 생이 허락되기를 빌었던 소봉씨와 꿈 많던 열두 살 소녀 재희를 떠나보낼 때도 그랬다. “다가오는 현실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해요. 이제 저는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요.”  

▲ 3년째 '사랑'을 연출하고 있는 김새별 PD ⓒMBC
김 PD는 방송이 나간 뒤 ‘엄마의 시선이 느껴진다’는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장 듣기 좋은 말이라고. 지난 2006년 쌍둥이를 얻은 그는 부모가 되기 이전과 이후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서야 휴먼다큐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전에도 짧은 휴먼다큐를 한 적이 있지만, 인생을 다루는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부모가 되고, 사람과 주변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 것 같아요.”  

실제로 〈사랑〉은 사람을 성숙케 하는 힘이 있다. 매회 방송이 나간 뒤에는 시청자게시판에 ‘가족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부부싸움을 하고 방송을 보며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진다. 이들은 〈사랑〉 제작진에 감사를 표하지만, 정작 김 PD는 시청자들이 보여주는 반응을 보며 코끝이 찡해진다.

“〈사랑〉을 보면 정말 가족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죠. 물론 ‘약효’는 사람마다 달라요. 누구는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1년, 또는 평생을 가기도 하죠. 어떤 분들은 왜 비슷한 얘기를 매년 하냐고 하세요. 매번 완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사랑을 환기하고 자극해서 생각나게 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사랑〉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3년째 여섯 편의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그는 꽤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연말이나 어린이날이면 ‘울보엄마’의 성윤이를 떠올리고, 소윤이네와도 자주는 아니지만 연락을 주고받는다. 지난해 ‘네번째 엄마’편에 출연했던 탤런트 송옥숙 씨와도 각별한 사이. 송 씨의 딸들은 뜬금없이 ‘별님 뭐해요?’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김 PD는 이들을 “가족 아닌 가족에 가까운 친척”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요즘 김 PD는 18일 방송을 앞둔 ‘크리스마스의 기적’ 편집에 한창이다. 지난해 ‘네번째 엄마’편에서 ‘코시안’의 입양이야기를 다룬 김 PD는 이번에는 버려지는 아이들을 통해 기아와 미혼모, 입양 문제에 시선을 돌린다. 그는 “특별히 사회 문제 의식을 강조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래도 4~5편을 하면 그 중 하나는 그런 아이템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양을 많이 하자거나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외치는 건 아니에요. 보는 사람들에 따라 받아들이는 건 다르겠죠. 어쩌면 더 많이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려지고 소외된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과 사랑을 만나게 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오는 18일 밤 10시 55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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