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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공청회 참석자들 ‘내용 부실’ 지적 … 시민·사회계 반대 본격화

KBS가 공청회를 열며 수신료 인상 추진에 본격 나선 가운데, KBS가 제시한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는 14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수신료 6500원 인상-광고폐지’ 등 3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참석자들은 내용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이 정도 내용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BS는 이날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 공청회’에서 “공영성 강화를 위해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수신료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규 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이 마련한 재원 안에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KBS는 인력감축과 사업경비절감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KBS는 또 수신료를 4600~6500원으로 올릴 경우 현행 3%로 돼있는 EBS 지원금을 5%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KBS는 14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2014년 세계 대표 공영방송 도약을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 공청회를 개최했다. ⓒKBS

“근거 삼은 BCG 컨설팅 내용 공개해야”

하지만 참석자들은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인상액 산출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KBS가 인상 근거로 삼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 진단을 공개해야한다는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핵심 내용인 3가지 인상안에 대해 “KBS가 생각한 안인지, BCG에서 제시한 내용인지 알기 어려워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자료들이 좀 더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자리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도 자료집에 제시된 일부 수치의 산술적 오류를 주장하며 “산수조차 못 맞추는 데이터는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반을 얘기하기 전에, 기본을 갖춘 수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공청회 보고서는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고 KBS 사업보고서를 열거한 것”이라며 “(BCG) 컨설팅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이 정도 내용으로는 각종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최철호 KBS 기획예산국장은 패널들의 질문 공세에 “세부자료를 검토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BCG 컨설팅 보고서에는 상대사에 대한 KBS의 약점도 많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하는 데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청회에서는 현행 2500원의 수신료를 최고 6500원까지 인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너무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5000원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해야 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광고 줄인다고 KBS 공영성 높아지나?

미디어행동은 KBS 공청회가 열리기 불과 3시간 전 같은 장소에서 ‘맞불 공청회’를 열고 수신료 인상 추진을 비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저버린 KBS가 수신료를 올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가 공영성 확보를 위해 재원의 수신료 비중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한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친정부 논란’에 휩싸인 KBS 보도의 공정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KBS가 지금과 같이 보도한다면, 무엇을 해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행동은 같은날 오전 '맞불 공청회'를 열어 KBS의 수신료 인상추진을 규탄했다. ⓒPD저널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KBS는 마치 광고를 없애면 공영성이 강화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뻔뻔스럽다”며 “광고가 없는 KBS 1TV는 MBC보다 신뢰도가 추락했다. 공영성을 해치는 원인이 광고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특히 “6·2 지방선거에서 KBS는 쟁점을 희석시키며 관건선거를 주도했다”며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는 KBS가 어떻게 당당히 수신료 인상을 얘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참가자들은 또 KBS 수신료 인상 추진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의 진출이 유력시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은 “KBS가 수신료를 6500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폐지하면, 6500억원이 광고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종편 1개당 3000억원의 광고비 수입을 확보해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이는 종편 2개 허용이 가능한 액수와 일치한다. 종편에 퍼주기 위한 수신료 인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한겨레> 등과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80.2%, 전문가 58.3%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언론학자·기자·PD들은 조사대상 300명 가운데 62.7%가 KBS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 민언련, 한국진보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은 KBS 수신료 공청회가 열린 14일 오후 방송회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거리 선전전과 각종 퍼포먼스를 진행해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PD저널

“성공 어려운데 … 수신료 인상은 정권과 조중동의 뜻?”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뉴스에 대한 비판 분위기 등으로 볼 때 현재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이는 KBS의 의지라기보다, 정권의 의지 또는 (종편 진출을 노리는) 조중동의 의지에 가까워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추진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연우 대표는 “시청자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 있는 시기에 이사회를 통과하겠다는 것은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여론수렴을 피해가는 건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미디어행동의 ‘누구를 위한 수신료 인상인가’ 공청회에는 교육·노동·네티즌·보건의료·환경단체 등 각계 인사들도 참여해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서민들은 살기가 팍팍해졌다고 아우성인데, 수신료를 무려 4000원이나 올리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KBS가 이를 강행한다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범국민적 행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14일 BCG 산출금액을 토대로 △수신료 4600원, 광고 19.7% △수신료 5200원, 광고 12.3% △수신료 6500원, 광고 0%의 세 가지 인상안을 제시했다.

지연옥 시청자본부장은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적으로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심의·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이달말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수신료 6500원 인상-광고폐지가 가장 유력한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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