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젊어진 올드팝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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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4] ② KBS 쿨FM ‘윤상의 팝스팝스’ DJ 윤상

윤상과 라디오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의 잔잔한 음성과 부드러운 말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DJ의 그것과 일치한다. 그래서일까. 생각해보면 그는 데뷔 이래 늘 ‘라디오스타’였다. 인터뷰 내내 돌아온 답변에서도 라디오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

2002년 미국 유학을 떠난 지 8년 만에 라디오로 돌아온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올드팝을 전문으로 하는 <팝스팝스>(89.1 MHz, 오전 11시). 지난 4월 그가 올드팝 DJ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너무 젊지 않나’였다. 아마 김기덕, 이종환 등 기존 팝 DJ들의 잔상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올드팝의 이미지는 1980년대 이전으로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21세기도 10년을 훌쩍 지난 지금 올드팝의 범위는 달라졌다. <팝스팝스>도 당초 7~80년대 팝을 주로 선곡하는 것으로 기획됐지만, 윤상의 제안으로 8~90년대 음악으로 중심축을 옮겼다. “(윗세대인) 6~70년대 음악은 스스로 부자연스럽고, 라디오 키드로서 즐겨듣던 음악을 청취자들과 함께 듣고 싶다”는 DJ의 바람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 윤상 ⓒ오드뮤직
라디오의 전성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가 그렇듯, 윤상에게 라디오와 음악은 곧 동의어다.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았는데, 그땐 대부분 팝음악만 나왔어요. 팝에 대한 향수가 제일 많은 세대죠.” 그런 그에게 음악보다 말이 앞서는 라디오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라디오는 위축돼있지만,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은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격이 바뀐 거죠. 음악을 듣기 쉬워지고, 시각적인 자극이 발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또 대중이 선호하는 차트 위주의 음악은 에너지가 오래가지 않아요. 바로 소비되는 음악들이죠. 그런 청취층도 음악적으로 느끼는 라디오를 만들기 힘든 환경입니다.”

그가 꼽는 라디오의 매력은 PD와 DJ를 거쳐 ‘선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상은 특히 “인터넷 홍수 속에 아무리 들을 게 많아도 누군지 모르면 찾아듣기 어렵다”며 “그래서 라디오가 더욱 중요하다. 좀 더 전문화 되어서 한 시간 내내 댄스, 발라드곡만 전문으로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팝음악 전문 프로그램이 손에 꼽히는 시대. <팝스팝스>는 올드팝을 주로 다루지만, 최신 팝음악과의 가교 역할도 자처한다. 신곡을 소개하는 주말 코너 ‘팝스 나우’가 대표적인 사례. 윤상은 “제임스 므라즈나 잭 존슨 등 현재 활동하는 뮤지션 가운데도 예전 정서와 맞닿아 있는 좋은 팀들이 많다. 앞으로 선곡에 슬슬 끼워 넣을 생각”이라며 웃었다.

▲ 윤상 ⓒ오드뮤직
방송 두 달여, DJ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공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그 시간에 라디오를 틀면 항상 그 프로그램이 나오잖아요. 욕심이 있다면 <팝스팝스>도 그렇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올드팝 전문 프로그램이지만 굳이 향수 코드만 자극하기보다, 시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윤상의 팝스팝스>가 궁금해진 독자들을 위한 팁 몇 가지. 안타깝게도 <팝스팝스>는 다시듣기가 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본방 사수는 필수. 시그널 음악은 윤상의 작년 앨범에 수록된 <그 눈 속에 내가>를 새롭게 편곡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일한 가요라고 봐도 무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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