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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김재영 MBC 〈PD수첩〉 PD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참 시끄럽다. 선거에서 졌으니 그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야 당연지사지만, 여론조사에서 승승장구할 때는 대통령에게 기대던 이른바 친이세력까지 반성 운운하는 걸 보면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등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이해가 가긴 간다. 서울 구청장 25개 중 21개가 야당에 넘어갔으니 그쪽에 지역구를 둔 친이 국회의원들이 “시야시” 될 만하지 않겠는가. 이 모습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의 본질을 새삼 떠오르게 된다.

이른바 CEO 대통령을 표방한 바 지금 집권층을 지배하는 것은 “이익”이다. 이익이 될 만하면 그것이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든, 어륀지든, 강부자 고소영이든 상관이 없다. 어차피 어떤 가치를 두고 뭉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권을 잡으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정치적 욕망이 아닌, 정권을 잡는 것,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사람들이었고 이제 그 이익이 점점 소멸될 순간이 다가오자 지리멸렬해지는 것이다.

김재철, 황희만 등등의 사람들 때문에 벌어지는 MBC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해 불가해할 때가 있다. 저 자들은 지난 정권 때 무슨 핍박이라도 받았나? 지난 호시절에도 국장으로, 지방사 사장으로, 앵커로 승승장구하던 그들이 왜 지금 갑자기 MB의 친위대가 돼서 언론자유를 유린하고, 후배들 등 뒤에 칼을 꽂고,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드디어는 노조위원장이 15년 만에 해직을 한단 말인가. 해답은 결국 “이익”이었다. 그들의 최대 가치는 오직 자신의 안위일 뿐,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라는 결론만이 그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설명이 가능했다. 김재철, 황희만은 그냥 사장, 부사장일 뿐 저널리스트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끄러운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뭐, 아마 그들에게 가치란 그 자리와 동의어일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낙하산은 내려오고 그 때마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취재를 해보면 결정적 차이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의 낙하산들은 취재에는 응하면서 “내가 낙하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일로서 그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호언으로, 혹은 “정권을 잡는다는 건 이런 자리에 정치적 승자들이 오는 거 아니겠냐”는 나름의 철학으로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를 변호하곤 했다. MB정부 낙하산들의 반응은? 일단 무조건 36계 도망들을 다닌다. 그들의 비겁한 도망을 보면서 참 대통령은 운도 없지, 어떻게 이런 자들을 또 낙하산으로 두셨을까. 오직 이익만을 쫓는 자들의 비겁한 행태들.

▲ 김재영 MBC 〈PD수첩〉 PD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본 정치인들 가운데 “가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 유일한 정치인은 노무현이었다. 우리는 그의 가치에 열광했고, 그가 약속한 가치가 허물어질 때 지지를 철회했다. 그 후 만난 MB 시대는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우리가 그를 떠나보낼 때 슬퍼한 것은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시대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었고, 그 정치적 결과가 지난 선거였다. 이제 정권의 절반이 지나갔다. 지방선거를 보면서 자신들의 또 다른 미래를 염치없이 설계했을 사람들의 시계가 종말을 향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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