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북경=배은실 통신원

몇 주 전까지 사람들에게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주저 없이 ‘맞선프로그램’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지금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해도, 대답은 역시 ‘맞선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런데 ‘이슈’의 성격에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2일과 8일, 광전총국은 이성 친구 사귀기, 연예, 결혼 등 프로그램에 대해 ‘출연자선발에 엄격을 기하고, 사회자의 언행 및 화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규제통지를 발표했다. 이후 <초점 토스쇼>, <신원롄보>(한국의 9시 뉴스에 해당), 신화사 같은 비중 있는 TV프로그램 및 언론은 ‘선악과 시비의 경계의 무너뜨리고 비정상적 결혼 및 연예관을 전파’하는 맞선 프로그램에 대해 격렬한 비판을 가했다. 이렇게 최고 인기를 누리며 천상을 걷던 맞선 프로그램은 하룻밤 사이 추락을 맛보았다.

현재 중국 내 맞선 프로그램은 10여 개로, 하루에 최소 하나 이상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주말에는 그 수가 급증한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페이청우라오>는 6월 6일 33회와 34회 방송에서 시청률 4.44%와 4.53%를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주말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페이청우라오> 시청률은 불가침의 시청률로 알려진 <신원롄보> 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광전총국의 제제와 언론의 비난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와 네티즌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맞선 프로그램이 논란이 된 것은 남녀 참가자들의 노골적 언행이 물의를 일으키면서였다. ‘저와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 하시겠습니까?’라는 남성 참가자의 질문에 한 여성 참가자는 ‘차라리 BMW 안에서 울겠다’고 대답했고,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아이를 ‘나와 아무 상관없는 존재’라고 발언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외에도 싫은 참가자에 대한 노골적 언행과 인신공격, 성과 돈에 관한 과감한 발언 등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방송국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주말의 고정 방송시간 외에도 저장위성은 연속 13일 <웨이아이샹첸총> 스페셜 버전을 방송했고, 안후이위성은 <저모어워쭈이따>를 모녀가 동시에 맞선에 참여하는 <위엔라이스니>로 개편하여 일요일 저녁방송으로 편성했고, <페이청우라오>는 이미 짝을 만나 프로그램을 떠났으나 인기가 여전한 여성 참여자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토크쇼를 마련하여 시청자 포섭작전에 나섰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 게오나투렌

방송국간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프로그램 내용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등 그 수위를 더해가자 결국 광전총국의 규제조치가 떨어졌고, 방송국들은 이에 적극적 협조의지를 표하면서 참가자 조정을 비롯한 구체적 조치에 들어갔다. 이런 신속하고 협조적 태도가 프로그램존속을 위해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든 아니면 진정한 자체반성에서 나온 것이든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환영하는 태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변화로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앞으로 맞선 프로그램들이 광전총국의 입맛과 시청자들의 입맛을 어떻게 맞추어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