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리얼 판타지’ 로맨틱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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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

요즘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이하 〈우결〉)는 ‘아이돌 월드’다. 황우슬혜-이선호 커플 하차 이후 조권-가인, 정용화-서현 두 아이돌 커플이 이끌어오던 〈우결〉에 지난달 26일 ‘2PM’의 닉쿤과 ‘f(x)’의 빅토리아 커플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아이돌의, 아이돌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우결〉이 됐다.

현재 〈우결〉 전체 출연자 6명의 평균 나이는 22.5세, 최고 연장자(가인, 빅토리아)가 겨우 24세에 불과하다. 〈우결〉 역사상 가장 젊은 세대들의 출연이다. 게다가 요즘 가요계를 주름잡는 아이돌 스타들의 총출동이니, ‘비주얼’도 사상 최강이다. 이렇게 예쁘고 멋있고 어리기만 한 아이돌 스타들의 결혼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 '우리 결혼했어요'의 '아담커플' 조권(왼쪽)과 가인. ⓒMBC
지난 2008년 3월 〈우결〉이 첫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각기 개성이 다른 스타들의 가상 결혼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러나 알렉스-신애 커플의 하차와 복귀, 그리고 신애의 ‘진짜 결혼’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그동안 〈우결〉을 지탱해왔던 묘한 긴장감이 깨지게 됐다. 시청자들은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고, 커플들을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렇게 조금씩 내리막을 걷던 〈우결〉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것은 황정음-김용준 커플이었다. 제작진은 처음으로 실제 커플을 투입하는 모험을 강행했고, 이는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로맨스를 완성하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들 커플과 함께 주춤했던 〈우결〉의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이 바로 조권-가인 커플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10개월 가까이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조권-가인 커플은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는 〈우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전의 〈우결〉, 그러니까 ‘시즌1’에서 출연자들은 ‘부부’라는 관계에 얽매여 있었다. ‘부부’라는 관계를 각자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만들어가긴 했지만, 때론 억지스럽거나 지나치게 ‘연출’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조권-가인 이후, 〈우결〉의 커플들은 부담감을 한층 덜어낸 모습이다. 조급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려 하거나 과도한 이벤트로 서로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대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테두리를 떠나 ‘남자’와 ‘여자’로서 파트너 앞에 선 이들은 기존의 캐릭터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준다. ‘깝권’이란 별명을 가진 조권은 가인 앞에서도 여전히 ‘깨방정’을 떨지만 서툴면서도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이고, 가인 역시 무뚝뚝한 듯 새침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또 ‘남자보다 고구마가 좋다’던 서현은 다정다감한 정용화를 만나 조금씩 밝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록 이들은 가상의 부부이지만, 그들의 관계맺음과 상대를 대하는 태도까지 거짓이나 가식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우결〉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를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확장해간다.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상대의 휴대폰 번호도 모르는 어색한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도, 아닌 순간에도 그들의 관계는 시나브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낯간지러운 이벤트나 제작진의 ‘연출’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아직 어리고 연애에 서툰 아이돌이지만, 그래서 그들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즐긴다’. 때문에 번지점프를 한다거나 키스 작전과 같은 소동도 재미있지만,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나누는 대화나 가끔씩 주고받는 말다툼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 지난달 26일 새롭게 투입된 커플. 빅토리아(왼쪽)와 닉쿤. ⓒMBC
이들 아이돌 커플이 〈우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실제 결혼생활과는 간극이 있다. 이들의 모습은 ‘부부’라기보다는 차라리 ‘시작하는 연인’의 그것과 닮았다. 과거 〈우결〉을 보며 결혼의 현실과 환상에 대해 깨달았다면 이제는 공감 대신 풋풋함과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결〉은 기획의도 대로 ‘연애&결혼 필수지침서’라기보다는 예쁘고 멋진 주인공이 나오는 순정만화 또는 로맨틱코미디에 가깝게 느껴진다. 순정만화나 로맨틱코미디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사랑 역시 ‘가상’이고 ‘연출’된 것이지만, 적어도 그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은 그들의 관계에 몰입하면서 보게 되듯이.

이제 닉쿤-빅토리아 커플 투입으로 〈우결〉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게 됐다. 첫 번째 ‘외국인 커플’이기도 한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게 될까. 세 쌍의 아이돌 커플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펼쳐갈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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