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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또 다른 거짓말

|contsmark0|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 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가 한국어로 번역돼 월급쟁이들의 필독서가 되고, 미국 케이블 채널 hbo의 시트콤 가 한국 여성들의 인기프로가 되는 시대 - 두 가지 예만 보더라도 ‘문화의 세계화’ 라는 구절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contsmark1|좀 더 노골적으로 ‘전 세계 문화의 미국화’ 라고 표현하면 전통 문화 보호론자들의 신경은 한층 날카로워진다. 이제 곧 미국문화가 우리 문화를 대부분 대체할 것이니까…
|contsmark2|하지만 프랑스의 민족-인류학자 장-팡에르 바르니에는 그것이 지나친 우려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프랑스 지식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다니, 이건 아무래도 고유의 문화적 전통이 강한 프랑스인의 자신감에서 나온 큰소리인가?
|contsmark3|그러나 바르니에의 논의를 주의 깊게 따라가 보면 그의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
|contsmark4|미국식 자본주의의 표준화된 대량 생산(영화, 방송, 음반, 잡지 등의 문화 산업도 포함해서)과 대규모 유통에 의한 세계 시장의 통합 - 여기까지만 보면 온통 세계는 미국 상품과 문화의 침투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곧 바로 문화가 세계화됐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contsmark5|‘모든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지만 그들의 삶은 다른 곳에 있다’ 겉모습만 보고 그들의 문화가 미국적이 됐다는 판단은 잘못이다. 저자의 주장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다.
|contsmark6|기본적으로 ‘인간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계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 분열, 자기 것, 패거리, 말씨, 사는 곳, 계급, 출신지, 정파, 지역, 이념, 종교에 따른 구별을 만들어내는 존재다.
|contsmark7|세계화에 따라 문화가 획일화된다고 본 지금까지의 학자들은 인간의 창조와 혁신, 상상 능력을 과소평가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각각의 문화, 각각의 집단은 수입된 재화를 상황에 맞게 재가공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 저자가 보기에 걱정해야 할 것은 문화의 획일화가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적 생산의 범람으로 인해 갈가리 나눠진 문화적 차이의 통합을 걱정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곧 ‘문화의 세계화’ 는 허구다.
|contsmark8|문화의 생명력에 관한 한 저자는 낙관론자다. 그리고 거대한 개방의 파고와 맞서는 우리도 그의 낙관론을 믿고 싶다. 해마다 지상에서는 소수민족의 언어가 하나둘 사라지지만 그때마다 지구 어느 구석에서는 새로운 집단의 속어와 은어들이 태어나고 있다.
|contsmark9|미국과 유럽, 일본의 영상과 프로그램이 안방을 융단 폭격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주체가 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제작한다. 프로듀서들이 차이를 인식하는 안목과 뭔가 다른 것을 내놓아 보려는 욕구를 가진 한에서.
|contsmark10|손현철 kbs 기획제작국 pd|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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