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이 여심을 사로잡은 비결은 ‘공감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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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나쁜남자> 심건욱, 까칠한 매력남 인기

 

▲ SBS <나쁜남자>의 김남길(심건욱 역). ⓒSBS
이 콧대 높은 남자는 늘 차가운 도시스타일의 슈트를 입고 눈물이 안 날만큼 눈에 힘을 준 다음 특유의 솜씨로 다듬은 콧수염을 내놓고 다닌다. 반 묶음 머리에 너덜거리는 옷을 입어도 그가 서 있는 곳은 화보촬영장이 되고 깡생수로 빈속을 달래도 폼이 난다.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일본어에 능하고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등 고급 레저에 강하다. 여기에 직업은 스턴트맨이지만 재벌가 도련님 출신이라 귀공자 느낌도 난다. 

하지만 이 남자, ‘나쁜’ 남자다. ‘동아줄’ 모네(정소민 분)의 전화를 가뿐히 무시하는 건 기본, 문재인(한가인 분)에겐 무임금 파출부 중노동을 시키는가하면 심심할 때마다 뻥을 친다. 엘리트 출신으로 이성으로 중무장한 홍태라(오연수 분)에겐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섯 손가락을 끼고 만지작거리는 ‘만행’을 선사하며 가정파괴범이 될 모양새다.

SBS <나쁜남자>의 시청률은 월드컵 이후 떨어졌지만 ‘심건욱(김남길 분)’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마음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우선 20대 여성들의 남성상에 주목하자. 이들은 ‘테리우스형’ 남성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같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까칠한 세상에선 마냥 착한 사람보다 까칠한 사람이 생존하는 법. 여기에 ‘자본주의 근성’까지 있으면 더 좋다.

심건욱은 까칠하고 근성도 있으면서 이 시대 필수 아이템 ‘외모’마저 갖췄다. 하지만 이게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심건욱은 어린 시절 자신을 ‘내팽개친’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아 복수를 위해 악을 쓰고 있다. 시청자가 보기에 건욱은 피해자다. 건욱은 늘 부당한 일상에서 ‘을’의 위치로 살아가는 우리들과 닮았다. 오늘날 가장 ‘을’의 위치에 가까운 연령대는 취업도 안 되고 성(性)적으로 차별받는 20대 여성이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은 심건욱에게 공감한다. 그리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나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시청자들은 ‘심건욱’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이성을 욕망하며 즐거워한다. 극중 심건욱도 여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애술사’로 등장, 여러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예컨대 문재인(한가인 분)은 가난이란 문제를 해결해 줄 ‘돈 많은 키다리 아저씨’를 원한다. 현실적 욕망이다. 그래 건욱은 재인이 해신그룹 후계자 홍태성과 가까워지게 도와준다. 반면 재인이 힘들 때면 차도 태워주고 길거리 키스도 선물한다. 돈은 없더라도 ‘너만을 위한 홍태성’이 될 수 있다는 걸 끝없이 암시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 SBS <나쁜남자> ⓒSBS
홍태라(오연수 분)는 “난 당신에게 넘어가지 않아”를 외치며 건욱을 거부하지만 그의 존재는 태라의 욕망을 ‘펌프질’할 뿐이다. 완벽해 보이는 태라에겐 재벌집 딸이 가진 돈과 검사 아내로서의 권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본질적 욕망을 해소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 눈치 챈 건욱은 ‘손가락 키스’로 태라의 이성을 해지했다.

홍모네(정소민 분)에게 건욱은 ‘공주가 원했던 왕자’의 모습이다. 새장 속에 갇혀 있는 모네에겐 자유로운 건욱이야말로 동경의 대상이다. “건욱 오빠가 날 이용해도 좋아.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이런 모네의 결심까지는 건욱의 ‘밀고 당기기’ 테크닉이 큰 몫을 했다. 건욱은 끊임없이 모네가 좋아할 만한 왕자의 모습을 연출해냈다.

건욱이 여러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로맨스를 이해하는 세심함과 공감능력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배려가 되고 사랑이 된다. 하지만 건욱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여성들을 이용한다. 그래서 ‘나쁜 남자’다.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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