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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트위터 계정을 만든 후 상당 기간 동안 접속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트위터가 블로그 혹은 미니 홈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고, 때마침 6·2 지방선거 날 트위터에 쏟아지는 집계 상황을 보게 되면서 난 매우 급격하게 트위터로 빠져들게 됐다.

선거 마감 시간이 지나고 당연히 난 TV를 켜고 앞에 앉았다. 한참을 신나게(?) 집계 현황을 보다가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켜고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그런데 이게 뭐지? 트위터에 올라오는 표 집계가 TV 방송에서 나오는 집계보다 훨씬 앞 서 있는 것이었다! 대략 1시간 정도(득표 집계에 1시간 차이라니!)의 차이를 두고 트위터가 TV 생방송보다 빨랐다. 나름 공들여 화려한 3D CG를 만들고 최고의 아나운서와 앵커도 데려다 놓고 하는 지상파 방송의 ‘생’방송이 ‘묵은’방송처럼 보였다고 할까? 아무튼 트위터 덕에 난 비교적 일찍(?)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현 시장의 역전을 예상한 후 맘 졸이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지하철을 타거나 잠시 커피를 마시거나, 하여간 짬이 날 때마다 타임라인을 살펴봤다. 그리고 재밌게도 타임라인에서 흥미롭다고 생각되어지는 크고 작은 정보들이 하루나 아틀 혹은 삼사일이 지나 ‘기성 언론’에서 별 차이 없이 기사로 보도되는 일들이 반복됨을 알게 됐다. 즉 이 말은 최초의 정보 혹은 그 소스가 기성 언론이 기사화하기보다 훨씬 더 앞서 1차적으로 트위터에 먼저 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트위터를 하고 있는 이가 1차 정보 제공자일 경우(기자건, 인터뷰이든, 경험자든 하여간 누구든 트위터를 하고만 있다면!) 그리고 그 정보가 어차피 언론을 통해 공개될 정보일 경우라면, 이런 저런 번거로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성 언론보다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정보를 올리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다른 이들이 보며, 그것을 다시 실시간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트위터와 스마트폰을 기성 언론의 취재 시스템이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성 언론이 한껏 섹시한 제목을 뽑아서 나름 지면 등을 통해 보도를 할 때쯤이면 이미 트위터에선 그 기사는 다 정리(?)가 된 시점이 되고 만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고, 또 그래 봤자 트위터일 뿐이라고 얘기할 여지도 없진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내가 확신하는 것 한 가지는 이거다. 기성 언론보다 트위터가 훨씬 빠르고 ‘정확도’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낫다. 기성 언론이라고 해봤자 고만고만한 비슷한 전문성을 가진 ‘소수의 언론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을 보유한 트위터, 즉 ‘집단 지성’보다 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 김진혁 EBS PD

그리고 이것은 분명 기성 언론에게 대단히 큰 위협이 된다. 정보는 더 이상 ‘언론’이란 걸 거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충분히 ‘검증’되는 시스템을 트위터가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뒷북치는 언론, 트위터에 조롱거리로 떠다니는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이 되지 않으려면 기성 언론은 더 이상 ‘받아쓰기’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취재로 독창성을 보유한 기사를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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