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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 신혜선 통신원

‘69성전’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야릇한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중의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는 한국어가 아니기에 불가능하고, 중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다보니 생긴 해프닝에 불과했다. 성전(聖戰), 즉 종교적 이념에 의해 수행하는 전쟁, 단호하게 타도하는 전쟁이라는 앞에 붙은 ‘69’라는 수식어는 지난 6월9일에 있은 반한(反韓), 혐한(嫌韓) 폭발일을 뜻한다.

“골빈 놈(한류팬)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전은 계속될 것이다.(腦殘不滅 聖戰不休)” 6월 9일 오후 7시,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사이트 바이두(www.baidu.com)에 올라온 이 글을 계기로 슈퍼주니어를 비롯한 연예인 사이트가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다.

▲ 10일 반한류 캠페인인 ‘69 성전’에 참여한 중국 누리꾼들의 해킹공격을 받아 마비된 한국 사이트
중국의 한 언론은 같은 날 동일 시간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포털(http://korea.go.kr)이 전격적인 디도스(DDoS :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220분간 받았는데, 이 성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69성전’은 지난달 30일 상하이 엑스포 공연장에서 열린 한국 인기그룹 슈퍼주니어의 공연이 도화선이 됐다. 당시 한류팬 수만명이 슈퍼주니어 공연 무료입장권을 받으려고 밤을 새우며 줄을 섰으나, 엑스포 조직위가 무료입장권을 대폭 축소해 상당수가 입장권을 받지 못했다.

또한 조직위가 무장경찰을 동원해 한류 팬들을 에워싸 분노한 팬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 자체를 국가적 망신이라고 생각한 일부 누리꾼은 한국 가수 사이트에 들어가 이들의 행동을 질책했는가 하면, 한류팬 누리꾼 일부는 한국 가수 사이트에 들어가 ‘중국인을 대표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양자간 극도의 갈등이 야기된 것이다.

이는 올 들어 중국 인터넷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으로 여겨지며 각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을 대표하는 누리꾼이자 지난 해 말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200인’ 중 한 사람으로 뽑힌 바 있는 한한(韓寒·27) 의 분석은 그 자체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한한은 “이 사건은 나이 좀 든 누리꾼이 어린 누리꾼을 몰아붙인 사건에 불과하고, 솔직히 양쪽 사람들이 다 부끄럽다”며 “중국 누리꾼 내부의 세대 간 단절이 비이성적인 반한감정 혹은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포장되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어린 누리꾼들에게 “국적에 상관없이 우상(偶像)을 갖는 건 당연한데, 훗날 나의 우상은 누구누구였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우상 자체가 정말 노력하는 삶을 산 사람이어야 한다. 때론 내 어렸을 때 우상이 누구였다는 게 부끄러울 수 있는데 이 점을 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북경= 신혜선 통신원/ 북경연합대학 문화관광학부 교수
또한 나이든 누리꾼에 대해서도 “당신은 한때 일본만화나 미국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으로 어린 친구들이 한국 가수에 열광하는 것에 대해 욕할 자격이 없다. 또 애국주로의 무장해서 어린친구들을 몰아붙이는 시간은 5·4운동, 6·4천안문 사건 기념일 즈음이었음에도 그런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면서 어린친구들에게 애국주의를 들먹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반한, 혐한에 대한 중국 내 움직임은 많았다. 하지만 한한과 같은 건강한 의식을 가진 지식인의 존재는 적었기에 그의 이번 발언은 매우 반갑다. 하지만 그의 균형에 맞는 시각만큼 반한, 혐한에 대처하는 우리의 시각 또한 좀 더 성숙되고 발전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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