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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 배은실 통신원

세계인의 스포츠축제 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즐거움도 아쉬움도 많았던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중국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수많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비롯해 월드컵 공식스폰서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업들은 중국 축구팀이 풀지 못한 월드컵의 한을 시원하게 풀어버렸다.

경기 시청 중 ‘LED A-보드’(경기장을 둘러싼 발광 광고판)상에 나타난 ‘중국어’ 광고를 발견한 순간 필자는 경기장이 중국인지 아니면 남아공인지 착각에 빠졌다.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의례 영어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지라 중국어로 된 광고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15억에 육박하는 중국인구와 화교권 인구를 생각했을 때, 전세계 시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소비자에게 중국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성적인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결정은 옳았다. 과감한 광고 전략을 선택한 기업들의 중국 내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 남아공 월드컵 경기장에 등장한 하얼빈맥주(哈尔滨啤酒)의 중국어 광고
잉리솔라는 경기장 A-보드 광고판에 ‘中国∙英利’라는 큼지막하게 쓴 한자 광고를 띄었다. 그 순간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 바이두에서의 잉리솔라 검색률은 425% 증가했다. 왜냐하면 잉리솔라는 중국인들에게도 낯선 회사였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 공식 스폰서 잉리솔라는 중국 최초의 월드컵 공식 스폰서이지만, 중국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로 제품의 90% 이상을 유럽 및 미주대륙으로 수출하고 있다. 잉리솔라는 뉴욕 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세계 태양열에너지 시장의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들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본고장 중국에 자사 브랜드를 역수출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중국시장에서 제휴할만한 든든한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축구가 월드컵에 진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 FIFA는 중국 기업들 가운데서 그 첩경을 발견했다.

사실 잉리솔라는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도 공식 스폰서 자리를 노렸으나 신생기업이었던 관계로 공식 스폰서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카이저스라우테른 경기장에 1조 와트의 태양열에너지 설비를 제공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4년 뒤에는 당당히 공식 스폰서의 지위로 월드컵 잔디를 밟았다.

남아공 경기장에서 ‘哈尔滨啤酒(HARBIN BEER)’의 중국어 광고보드가 올라가고 있을 때 중국 국내에서는 하얼빈맥주 협찬의 월드컵 프로그램과 광고가 연일 브라운관을 강타했고, 베이징 산리툰의 바 거리에서는 하얼빈맥주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렇게 얼마 전까지 이름도 들어본 적 없었던 맥주가 순식간에 100년 역사의 칭다오 맥주와 같은 레벨에 앉게 되었다.

엄밀히 말해 하얼빈맥주는 중국기업이 아닌 세계 맥주시장의 23%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맥주회사안호이저부시-인베브에서 중국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맥주이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어 광고 전략을 선택했고, 하얼빈맥주 중국어 광고는 전체 64회 경기 중 4회 경기에 노출되었으며 경기 중계방송을 통해 중국 국내시장으로 재수입되었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 게오나투렌
하얼빈맥주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목적을 ‘브랜드의 중국 내 지명도와 지위를 제고하고, 월드컵을 통해 판매량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그 엄청난 투자액에 비례하는 광고효과가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하얼빈맥주’라는 다섯 글자를 전 중국인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 외에도 월드컵 잔디유지를 위한 난방을 제공했던 중국 에어컨기업 거리(GREE), 남아공 응원문화의 대표명사 ‘부부젤라’ 및 응원용품을 제조했던 수많은 중국 제조 기업들이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여 선전을 거두었다. 그 중에서도 상기 두 기업은 파격적인 ‘중국어 광고’를 통해 역수출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앞으로 세계 스포츠 대전에서의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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