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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비제작부서 발령 잇따라…“주변 겁주기, 권력 순치 의도”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MBC가 잇단 중징계와 인사 논란으로 술렁이고 있다. MBC는 최근 이명박 정부 정책 등 사회 현안에 비판적인 논평을 해온 최용익, 안성일 논설위원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방송에서 하차시켰다. 또 창원MBC와의 통합을 추진 중인 진주MBC는 강제 통폐합 반대 투쟁 등을 주도한 혐의로 정대균 노조 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10명을 중징계 했다. 이에 대해 “정권이나 사장에 비판적인 인사 솎아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MBC는 지난 15일 ‘MBC 논평’을 맡아온 최용익, 안성일 전 논설위원을 각각 TV편성부와 심의평가부로 발령했다. 특히 보도본부장과 논설위원실장이 휴가를 떠난 당일, 인사가 일방적으로 ‘통보’돼 ‘계획적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용익, 안성일 전 위원은 지난 5월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 기명 성명에 동참했으며, 특히 최 전 위원은 새언론포럼 회장을 역임하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등 ‘쓴 소리’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비판적 인사를 겨냥한 ‘보복성’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인사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의도를 가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MBC 내부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보도국의 한 중견기자는 “정년퇴임을 앞둔 기자를 사전 협의도 없이 비제작부서로 보내는 것은 모욕감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사자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최용익 전 논설위원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논설위원들의 성향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번 인사도) 위에서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의 뉴스와 해설이 큰집과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자 다시 한 번 청소부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보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 홍보국장도 “전체적으로 정권이나 사장에 비판적인 인사를 마이크를 잡지 못하는 곳으로 돌리는 형태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비판적 인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연보흠 국장은 “지난 3월 관계회사 임원 인사부터 능력 위주의 인사가 아니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주요 자리에서 일관되게 배제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정 개개인의 인사를 떠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최용익, 안성일 위원의 인사도 그런 측면으로 읽혀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재철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경영평가가 우수한 지역사 사장을 교체한 반면, 선임자노조의 주요 인사들을 중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같은 달 김환균 당시 〈PD수첩〉 책임PD를 비제작부서인 창사50주년기념단으로 발령을 지시했다가 PD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선 최용익, 안성일 전 위원을 비제작부서로 발령하는 대신, 사측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최기화 전 홍보국장을 보도국 사회1부장에 임명했다.

연보흠 국장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회사 전체를 순치시키려는 의도”라며 “특정 개인들에 대한 보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에 겁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조만간 노사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이번 인사 관련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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