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수억원 불로소득,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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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책 ‘하우스 푸어’ 출간한 김재영 MBC PD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혹은 ‘부동산 성공 신화’를 꿈꾸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구입한 아파트. 그러나 남은 것은 떨어지는 집값과 매달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뿐이다. 결국 ‘복 덩어리’인 줄 알았던 아파트는 ‘빚 덩어리’가 되어 목을 죄어온다. 내 집이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중산층의 이야기. 김재영 〈MBC 스페셜〉 PD가 책 ‘하우스 푸어’(더팩트)를 통해 고발하는 우리 사회 부동산 신화의 어두운 이면이다.

▲ 김재영 'MBC 스페셜' PD ⓒPD저널
김재영 PD는 그동안 〈PD수첩〉에서 부동산의 경제·문화적 의미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연출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 편에서 대치동 은마아파트 4500여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하는 등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데이터로 분석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PD는 “아무리 뒤져봐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제대로 팩트(fact)를 얘기하는 프로그램은 없더라”며 “주의나 주장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주택과 신규 분양물량 매입을 통해 발생한 하우스 푸어만 전국적으로 198만 가구에 달한다. 앞으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 하우스 푸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하우스 푸어를 만드는가. 김 PD는 책에서 하우스 푸어의 구조적 근원에 주목하며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반 가계들을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하우스 푸어를 마땅히 동정해야 할 희생자로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집을 사게 만드는 정부 정책과 마케팅 등 불행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최종 선택은 개인의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할 몫이 있다”고 말했다.

▲ 김재영 PD가 출간한 책 '하우스 푸어' ⓒ더팩트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선 토지나 아파트로 광범위하게 돈을 버는 것이 부도덕한가 아닌가 하는 관념 자체가 없다. ‘도덕적 불감증’이다.

“집을 사서 1,2억씩 불로소득을 남기는, 사회 전체가 모르핀을 맞는 현실이 정당한가.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우리 사회의 집값은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미래 세대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높아져 버렸다. ‘공짜점심’은 절대 없다. 어느 세대가 독점한 부는 미래 세대의 것을 당겨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래 세대와 나눠 쓴다는 개념으로 주택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김 PD는 “이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관련 모든 시스템은 토지와 아파트를 가진 사람 위주의 정책이었다. 때문에 토지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런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알게 됐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희생자가 생겼다면 그 다음 문제는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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