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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고도 눈물겨운 우리나라 ‘꾼’들의 외곬 인생”역경속 짓눌리고 사는 우리들의 삶 진솔하게 엮어

|contsmark0| 충북 단양군 단성면 벌천리에 사는 88세 고황용옹. 그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초막 농사꾼이다. 초막은 풀이나 짚으로 지붕을 이은 조그만 막집. 세월은 마치 고래실에서 벼가 자라듯 자고 나면 달라지는 법이지만, 그는 밭일을 하다 “비가 오면 초막에 들어 가구, 일하다 초막에서 낮잠도 자구”그럴 정도로 넉넉하고 분주함이 없다.
|contsmark1|초막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바닥이 바위로 되어 있어 시원하기까지 하단다. 옛말에 쟁기 훔쳐가면 그 쟁기로 사람 파묻게 되고, 호미를 가져가면 사람 파묻게 된다고 하니 초막에 농구들을 걸어두어도 훔쳐 가는 사람이 없단다. 그렇게 고황용옹은 얼추 27년 전인 1974년에 밭가에 처음 초막을 지었고, 이때껏 초막과 더불어 살아왔다.
|contsmark2|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 3리에 사는 박성진씨. 그는 마지막 석이꾼으로 절벽에 매달려 서른 해를 살아왔다. 오랜 세월 바위를 붙들고 살아온 탓에 그의 손가락은 기형적으로 변형이 되었다. 요즘 그 흔한 ‘자일’이 없어 피나무를 꼬아서 쓰기도 했고, 소 고삐를 맬 때 쓰는 ‘로빠’라는 것에 의지해 1년이면 120일 정도를 바위벽에 매달려 살았다. 먹고 살자면 힘 안드는 게 없으니 힘든 재미도 재미란다. 이처럼 ‘꾼’에는 모두 13가지의 서로 다른 ‘업’과 16명의 ‘꾼’에 대한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을 ‘꾼’이라고 통칭하는 까닭은 이들이 오랜 세월 하나의 일에 매달려 오며, 주로 발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 온 축이기 때문이다.
|contsmark3|바위 틈에서 나는 토종꿀 석청을 따러 다니는 최근성씨를 비롯해서, 바닷가에 마치 성을 쌓듯 빙 둘러 돌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독살어부 임용주씨, 봄에는 두릅을 따고 여름에는 초피를 따는 굴피집지기 정상흥씨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미련하고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토종 생활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살갑고도 눈물겨운 사연들을 묶어 놓았다.
|contsmark4| 토종지기 이들을 언필칭 ‘꾼’이라고 했듯이, 이들의 삶은 그지없이 범속하고도 질박한 풍경이다. ‘왜 이 일을 계속했을까’라고 엄살과 너스레를 떨면서 본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요즘에 소중하고도 아름답게 다가서는 이유는 그들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되 만용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contsmark5| 일례로 산삼을 찾아다니는 심메마니 김영재씨는 ‘삼을 캔다’고 하지 않고, ‘삼을 돋군다’라고 말한다. 산신령이 자신의 간절한 치성을 받아주어 산삼을 내주었으니 이제 심메마니들의 몫은 산신령이 내 준 삼을 흙 속에서 돋구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contsmark6| 또, 죽방렴 어부 임권택씨는 물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은 바닷가 개펄에 참나무 말목을 촘촘하게 이어박아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고 그 꼭지 부분에 대나무 통발을 놓아 고기를 잡지만, 가는 고기는 두고 죽방렴에 드는 고기만 잡는 어찌보면 오는 고기를 ‘기다리는’ 어부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고기잡이는 싹쓸이 하는 분간없는 고기잡이법하고는 또 달라서 과욕이 없는 것이다.
|contsmark7|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의 산문에 이르길 “큰 버드나무엔 매미가, 키 작은 꽃에는 나비가 어울린다. 굽은 길엔 대나무가 얕은 여울엔 갈대가 적당하다. 이는 하늘과 사람이 물리에 잘 순종하여 차마 거꾸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아름다운 정신은 언제나 역경속에 짓눌리고, 우리들 삶의 풍경은 늘 안스럽기만 한 것이다.
|contsmark8|이용한씨의 글에다 심병우씨의 사진이 보태어졌다. 이 두 사람은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1998, 실천문학사), ‘장이’(2001, 실천문학사) 출간 작업도 함께 했다.
|contsmark9|문태준 불교방송 pd|contsmar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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