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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방일 독립PD

6mm 촬영이 보편화 되고 프로그램 제작비가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독립PD들에게는 연출, 촬영, 운전, 편집, 행정 등 모든 것을 혼자서 소화하는 소위 ‘나홀로’ 촬영이 일반적인 풍경이 되어버렸다. 혹자는 PD 혼자서 카메라감독, 조연출, 운전기사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적은 제작비 때문에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모습이라고 비난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몇 가지 놀라운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어 이 칼럼을 통해 ‘나홀로’ 촬영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나홀로’ 촬영이 가져다 주는 정신력의 고양이다. 흔히 장소를 이동할 때 촬영하는 자동차 트래킹 샷의 경우 운전은 기사님이(혹은 조연출이), 촬영은 카메라 감독이 할 테지만 ‘나홀로’ 촬영의 경우 PD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즉 혼자서 운전도 하며 촬영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전, 후방을 주시하는 가운데 왼손은 핸들을 잡고, 오른손은 카메라를 들고 트래킹 샷을 촬영하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운전과 촬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행여나 있을지 모를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대범함에 눈을 뜨게 된다. 많은 스텝들과 함께 할 때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위험과 역경을 이겨냄으로써 ‘나홀로’ 촬영을 하는 PD는 (간혹 목숨을 담보로) 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홀로’ 촬영은 신체를 단련 시켜준다. 혼자 다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장비를 가지고 다닐 수가 없는 ‘나홀로’ 촬영에서는 카메라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는 짐이 될 뿐이다. 특히 트라이포드는 혼자 들고 다니기 무겁고 부피도 크기 때문에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 현장에서 트라이포드가 필요할 경우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최대한 손목에 힘을 주면서 숨을 참고 찍으면 된다. 때로 3, 40분이 걸리는 인터뷰를 진행 하다 보면 손목이 저리고 어깨가 욱씬 거리지만 어느새 오른쪽 팔뚝엔 강력한 근육이 형성돼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을 하는 가운데 운동까지 겸할 수 있으니 (가끔 병원비를 지출할 수 있으나)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좋은 ‘나홀로’ 촬영 시스템에도 몇 가지 맹점이 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PD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봤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혼자서 왔냐?’, ‘방송을 어떻게 혼자서 만드냐?’ 이다. 이 경우 출연자들은 방송은 기본적으로 2, 3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제작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만 불신감을 거둘
▲ 방일 독립PD
수 있다. 또한 PD에 대한 호칭이 ‘촬영기사’, ‘사진작가’, 혹은 그냥 ‘아저씨’ 등으로 호명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오히려 그들이 보고 느끼는 대로의 편안한 호칭을 함으로서 ‘PD’ 라는 이름이 주는, 출연자들과 나와의 괴리감을 극복하는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장점이 있는 ‘나홀로’ 촬영 시스템. 이 기회를 빌어 독립PD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PD들이 이 시스템을 경험했으면 한다. 특히 많은 스태프와 함께 다니는 인하우스의 PD들이 간혹 목숨을 담보로 정신력을 고취 시키고, 때로 병원비를 지출할지 모르지만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나홀로’ 촬영을 경험한다면 독립PD들이 만드는 방송을 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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