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글로벌 세대들과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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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글로벌 세대들과 애국심
[시론]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10.08.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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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구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베스트 멤버를 서둘러 구상하는 놀이에 빠져 있다. 이 놀이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현재 유럽에서 뛰고 있는 영 파워들의 프리 시즌의 선전 때문이다.

▲ 조선일보 8월18일자 27면
네델란드 에레디비지에 최고 명문구단 ‘아약스’의 석현준,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함부르크’의 손흥민, 프랑스 리그 1 ‘발렝시엔’의 남태희, 리그 2의 ‘투르’의 송진형은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되는 영 파워들이다. 아약스의 석현준은 지난 시즌 네델란드 유스 리그에서 엄청난 골 폭풍을 몰고 와 마틴 욜 감독으로부터 대형 스트라이커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함부르크의 손흥민은 프리시즌 득점 9골로 반 니스텔루이를 제치고 팀 내 최다를 기록해 시즌 개막부터 대활약이 예상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첼시 전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이밖에 비록 유스팀 소속이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김우홍, FC 바르셀로나 백승호, 볼프스부르크의 박정빈도 미래의 축구 스타를 꿈꾸며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모두 1990년 이전에 출생한 이른바 한국의 글로벌 세대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한국 축구 선수들의 경력이 이제는 완연히 글로벌하다는 점이다.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선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20대 초반 이하 한국 선수들은 과거 선배들과는 달리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선수로 뛰지 않고 어릴 적부터 브라질이나 유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 선진 축구 기술을 청소년 시절에 연마했다.

최근 석현준, 손흥민, 남태희, 송진형 선수처럼 국내 프로리그를 뛰지 않고 곧바로 유럽 리그에서 데뷔하는 선수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이제 한국 축구 유망주들이 유럽의 명문 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들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물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축구 인생을 유럽에서 보낸 선수들로 국가대표팀이 구성될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의 글로벌 세대들에게는 절실한 애국심이 없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도 과거 차범근, 최순호, 홍명보, 황선홍, 김주성, 박지성처럼 한국 대표선수로 뛰는 것에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 갈 태세로 정신무장할 것이다.

현재 박지성 선수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무한 애국심은 그의 글로벌 후배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정신일 것이다. 이는 선수의 정신 상태, 평소의 축구 철학, 자라온 교육 방식에 의해 영향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선수들을 둘러싼 한국 축구의 문화적 아비투스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젊은 선수들의 신체와 경력이 아무리 탈국적화되어도 그들을 대하는 한국 축구행정과 국민들의 애정은 그들을 애국주의, 국적주의의 틀 안에 가두려 한다. 그들은 누가 뭐라도 한국인이라는 이데올로기 말이다.

최근 중국의 스포츠 영웅 NBA 휴스턴의 야오밍과 중국 여자 농구 대표인 그의 아내 예리가 NBA 비 시즌인 5월에 미국에서 원정 출산을 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분을 산적이 있다. 중국인의 스포츠 영웅 야오밍의 아이가 미국 국적을 갖게 된 것이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국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애국심에 대해 국민들과 미디어의 보이지 않는 검증의 욕구가 있다. 한국 축구가 글로벌해지고 국적주의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유럽에 진출해 있는 한국선수들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K 리그의 외국인 선수 제한 완화, 국가대표의 외국인 선수 발탁 등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로 출범한 조광래 호의 무리한 해외파 차출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 K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 중에서도 좋은 선수를 국가대표로 전격 발탁하는 파격이 있었으면 한다. 애국심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한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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