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리즘 “강한 만큼 견제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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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토론회서 “지금은 PD저널리즘 전성기” 주장 나와

▲ 6일 오후 렉싱턴 호텔에서 "다시 PD저널리즘을 말한다'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검사와 스폰서. 민간인 불법사찰. 천안함 의혹.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의혹까지…. PD가 만드는 시사교양 프로는 심층성과 영상의 힘으로 한국사회를 흔들었다. <추적 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판저널리즘은 ‘PD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권력의 ‘언론장악’에도 불구, PD저널리즘은 오히려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PD연합회와 미디어공공성포럼이 주최한 ‘다시 PD저널리즘을 말한다’ 토론회가 6일 오후 3시 렉싱턴호텔 15층 그랜드스테이션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서중 교수(성공회대)는 앞서 언급한 <추적 60분>(83년 2월 시작), <PD수첩>(90년 5월), <그것이 알고 싶다>(92년 3월)의 역사성을 언급하며 장수의 비결로 ‘극복과정’을 꼽았다. 김 교수는 “PD저널리즘은 기존 보도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였다. 그 결과 시기별로 어려움을 겪으며 고발프로그램의 예정된 시련을 겪어왔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가 <PD수첩>이다. <PD수첩>은 ‘황우석’ 사건, ‘광우병’ 사건 등을 겪으며 안팎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PD들의 끝없는 자기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최승호 MBC <PD수첩> PD는 “광우병 사태 이후 내적 성찰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면 ‘검사와 스폰서’, ‘4대강 비밀’편과 같은 방송을 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는 비판을 받을수록 더욱 성장하려 노력했다.

▲ 6일 오후 렉싱턴 호텔에서 "다시 PD저널리즘을 말한다'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한 예로 <PD수첩> 팀은 컴퓨터기술을 이용한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데이터베이스 엘리트’를 고용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간의 경험에서 ‘사실’과 ‘분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러 분석틀로 컴퓨터 활용 보도 시스템도 자리매김했다. “지난 4대강 편에서 운하의 수로와 4대강사업 완성이후 수로 형태를 비주얼로 구현해냈다. 그 결과 애초의 운하 수로와 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최승호 PD는 탐사보도 기법이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작환경은 녹록치 않다.

이는 정치적 상황과 연결된다. KBS 탐사보도팀의 해체,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 폐지 논의 등은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훌륭했던” 탐사보도 시스템도 없어졌다. “훌륭했던” PD들은 지방으로 보내졌다. 누구는 스포츠제작국으로 갔다. <추적 60분>을 2년간 맡았던 양승동 KBS PD협회 정책위원은 “(PD저널리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부도덕한 정치권력”이라 강조했다. 정치권력의 이해관계 앞에서 제작 자율성은 위기를 맞았다. 양 위원은 “제작 자율성이 보장돼야 수신료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 주장했다.

박기홍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는 시사교양 PD들의 제작환경이 힘들어진 이유로 “(PD저널리즘이) 가장 전성기여서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PD는 “각 방송사의 교양국 PD들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온 지난한 노력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번 PD수첩 ‘4대강 편’을 지켜낸 모습 또한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모두들 방송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 ‘희망’이 있기에 위기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토론자로 나선 최승호 MBC 'PD수첩' PD. ⓒPD저널

이날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PD저널리즘이 군사독재시절 방송뉴스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저널리즘 형태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기자/PD저널리즘의 구분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우장균 기자협회장은 “출입처 관행 등 기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탐사보도는 PD만의 영역이 아닌 저널리즘 보편영역으로 확장돼야 하며 기자 PD가 함께 언론민주주의의 발전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 말했다.

최승호 PD 역시 “PD가 한다고 해서 PD저널리즘이라 부를 수는 없다. 최고의 기자들이 써 놓은 기사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 PD는 “PD저널리즘이라고 해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만 하는 게 아니다. 명확하게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 가슴에 꽂히고 파문을 일으킨 것”이라 강조했다. 기자와 PD 모두 사실을 통해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는 뜻이었다.

한편 이창섭 신임 PD연합회 회장은 토론회 내용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발제자들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방송 프로는 없다”며 “방송을 보고 토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공허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어 “PD저널리즘에 대한 여러 압박들이 가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PD저널리즘이란 용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앞으로는) PD저널리즘을 되짚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본격적으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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