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계절, 누구를 탓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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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계절, 누구를 탓해야 하나?
[PD의 눈] 이재열 독립PD
  • 이재열 독립PD
  • 승인 2010.09.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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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일은 유난히 맛이 없다. 넉넉지 않은 내 호주머니 사정 탓에 좀 더 값싼 과일을 찾은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5월 중순까지 이어진 냉해와 일조량 부족이 그 원인이란다. 요즘 하우스 재배가 늘어 제철과일의 의미는 약해졌지만 그 계절을 만끽하고 이겨내는 힘을 주는 참 과일의 맛을 올해는 맛볼 수 없는 거 같아 못내 서운하다.

몇 해 전부터 심심찮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요즘 부쩍 날씨 변덕이 심해졌다.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5월의 추위를 시작으로 8월에는 잦은 폭염과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게 하고 10년 만에 수도권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와 기습 폭우에 가까운 가을장마는 추수를 앞둔 농심을 그늘지게 만들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경제가 어려워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오랜 가뭄이나 홍수가 나고 역병이 돌면 “하늘도 노했다“며 나라님을 원망하며 삶의 고달픔을 달랬다. 그래서일까. 요즘 날씨변화에 빗댄 우스갯소리로 “하늘도 아시는 게야”, “정치판이 이런데 하늘도 가만있을 수 있나”라는 말을 곧잘 주변에서 접한다.

요즘과 같은 과학의 시대에 이상기후의 원인과 제철 과일의 맛까지 나라님 탓을 할 수는 없지만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논란을 보면서 국가의 녹봉(祿俸)을 받는 위정자들의 행태와 도덕성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법질서와 도덕성을 앞세운 국격(國格) 향상”을 부르짖고 그마저 부족했는지 올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후반기 국정지표로서 공정한 사회 구현“을 또다시 꺼내들었다. 좋은 말씀이다. 누누이 강조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법과 질서를 앞세운 순종 아닌 복종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온갖 편법과 위법행위로 자신들의 권익을 취하는 이중행태를 보면 얼마 안 되는 나의 세금 몇 푼조차도 정말 아깝게 느껴진다.

▲ 이재열 독립PD
중산층이 무너지고 스스로 서민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10년 전에 비해 부쩍 늘어난 요즘, 과거 군사정권시절의 반공궐기 대회에나 나올 법한 구호를 강조하지 않아도 약자인 서민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가족과 국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위정자 분들이야 말로 자신들의 본분을 다해 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가을 운동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취학아동 부족과 학업 지장을 핑계로 많은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를 축소, 폐지한다는데 다행히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아이의 학교는 올해도 가을운동회를 한다고 한다. 어릴 적 맘껏 뛰놀던 우리와 달리 학원과 책가방의 무게에 눌린 요즘 아이들을 보면 잠시나마 공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 높이 함성 지르며 뛰놀게 하고 싶고 그런 아이다운 모습들이 보고 싶다. 만약 기습폭우로 그 기회마저 사라진다면 그때도 나라님을 원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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