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의 전율 새로운 경험…칼린 샘 공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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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

합창이란 단어의 어감은 꽤 건조하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노래(唱)가 합(合)하여 마침내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 그 묘한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6주간 방송된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선사한 감동이 꼭 그랬다. 전국 합창경연대회 도전을 위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60일간의 여정을 그린 ‘하모니’편은 여럿이 함께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의 위대함을 새삼 일깨우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시작은 “찌질이들이 모여 합창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재능과 직업을 가진 오합지졸 합창단이 ‘넬라 판타지아’의 화음을 완성하고, 마치 한 몸처럼 ‘애니메이션 메들리’의 노래와 율동을 해내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합창의 힘은 그렇게 위대했다.

▲ 신원호 '남자의 자격' PD ⓒ신원호
“첫 주에 대충 합을 맞춰 보는데 엉망진창인데도 느낌이 있었어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느낌이었죠. 목소리들이 합쳐져서 예쁘게 나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더군요.”

치열한 전쟁터와도 같은 일요일 저녁 예능. 32명의 합창단이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가 무모한 시도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철저히 “32분의 1”이 되어 ‘하모니’를 이뤘고, 그들은 오롯이 소리만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연출과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 채 ‘관객’이 되었다. 신원호 PD는 “이번 ‘하모니’편은 손 댈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판을 깔아주고 카메라를 세운 뒤 지켜보는 게 거의 전부였다.

“연출이 끼어들면 리얼함이 사라지잖아요. 만일 처음부터 배다해와 선우를 경쟁 붙이려고 했다면 ‘냄새’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솔로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경쟁 구도가 생기고, 연습 과정에서 혼나고… 원래 합창단이란 게 그렇게 흘러가는 거니까.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됐죠. 그게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는 “만일 칼린 샘(박칼린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냥 맡겨둘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칼린 감독의 역할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박 감독은 합창단은 물론 스태프까지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오합지졸 합창단에게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뽑아냈고, 결국 이번 ‘하모니’편 최고의 스타가 됐다. 10년 전부터 박칼린 감독의 팬이었다는 신 PD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순간 ‘90%는 됐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쳤다”며 “많은 공은 칼린 샘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합창대회가 끝난 뒤 단원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이경규는 ‘30년 동안 한 미션 중 베스트’라고 말했다. 신 PD마저도 소외감과 질투를 느낄 정도로 그들은 지난 두 달 간 함께 이룬 하모니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방송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희열이었다. 신 PD는 “이들이 진짜로 했기 때문에 가슴을 툭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그것은 ‘남자의 자격’이 가진 무기다. 지난해 3월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신 PD가 멤버들에게 주문한 것이 “진짜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24시간 금연’ 이렇게 미션을 던져주는 것 자체는 가짜예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얼마나 진짜 같은 마음으로 하느냐는 겁니다. 가짜인지 알지만 진짜로 해보자고 했죠.”

60분 방송을 위해 1주일 내내 카메라 돌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멤버들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24시간 찍어 5분 나가”지만, “24시간이 리얼해야 5분이 리얼하다”는 것을.

▲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 ⓒKBS
‘하모니’편으로 ‘남자의 자격’은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신 PD는 “다음 아이템이 나가면 시청률이 뚝 떨어질 것”이라며 무심하다. “칼린 샘이나 다해, 선우 등 ‘꿔온’ 부분들에 대한 호감을 ‘남자의 자격’에 대한 호감으로 착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래,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당분간 일 벌리지 않고 소소한 감정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남자의 자격’은 원래 작은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에요. ‘하모니’는 마흔 몇 가지 아이템 중 하나였을 뿐이죠. 관심은 감사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색깔대로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목표로 일단 가는 것, 흔들리지 말고 변했단 소리를 듣지 않고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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