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통폐합, 민영화 위한 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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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연임’ 노림수…“노조 무력화·종편 광고 퍼주기 의도”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회 면접 때부터 MBC 광역화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취임 직후 마산(옛 창원)과 진주를 ‘MBC 광역화 시범 지역’으로 정하고 김종국 본사 기획조정실장을 마산·진주MBC 겸임 사장으로 발령해 통합을 서둘렀다. 이후 진주MBC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속도전을 펼쳐온 김재철 사장은 오는 12월 통합사인 ‘MBC경남’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989년과 1998년, 2007년까지 앞서 세 차례나 추진됐다가 오랜 논의 끝에 좌초된 지역MBC 통합(광역화)을 김재철 사장은 단 9개월여 만에 실현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이 지역MBC 통합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창원-진주MBC의 연내 통합을 서두르는 배경에 김 사장의 ‘연임’이라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정대균 진주MBC지부장도 “진주-창원을 통합한 뒤 전국 MBC를 통폐합해 연임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대균 지부장은 “김재철 사장의 고향(경남 사천)이 바로 이곳인데 지역민들은 고향을 더 배려하지 못할망정 없애려 한다는 분노가 크다”고 전했다.

지역MBC 통폐합이 MBC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MBC 사영화를 위한 노동조합 무력화와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광고 퍼주기 의도 또한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 창원-진주MBC 합병 계약 체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0일 전국 MBC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주총장 앞에서 강제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서 창원-진주MBC 합병을 이전의 광역화 논의와는 전혀 다른 ‘강제 통폐합’으로 정의하며, 이번 사태가 MBC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강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MBC 통폐합으로 남는 광고 재원은 신규 종편 채널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준상 소장은 특히 “지역MBC 강제 통폐합 기도는 전체 MBC 구성원의 단일한 움직임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강하다”며 “김재철 사장의 도발은 MBC의 사영화라는 측면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MBC의 위상과 정체성을 뒤흔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창원-진주MBC 통폐합은 궁극적으로 MBC 민영화를 위한 지렛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문순 전 사장 시절 지역MBC 광역화 논의와는 분명 다르다. 그때는 강제 통폐합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큰집’에서 쪼인트 까인 사장이 오자마자 업무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폐합을 추진하니 외부에서 추동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 민영화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강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창원·진주MBC는 조만간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주-창원MBC 합병’에 따른 방송국 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통위 승인은 물론 무효 소송 등 남은 절차가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한국케이블TV 서대구방송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허가 거부 취소’ 청구 소송에서 ‘시청자 의견청취 의무 소홀’을 이유로 재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시킨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서대구방송이 재허가 기준 점수(650점)에 미달한다며 방송 허가를 취소했다. 서대구방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서대구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의 재허가 거부 결정이 “방송법이 정한 시청자 의견 청취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이 기준에 따르면 창원-진주MBC 강제 통폐합은 명백히 무효”라며 “지역 시청자에 대한 철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창원-진주MBC 강제 통폐합에 대해 방통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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