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MBC <호텔리어> (방송 4월 14일~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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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간의 부족을 사람의 힘으로 메꾼 프로그램

|contsmark0|드라마의 해외 로케이션이 힘든 이유는 ‘돈과 시간’의 부족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답사와 상당한 물량을 쏟아 부을 수만 있다면 특별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물론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환경, 다른 제작시스템이 있을 것이지만 미리 확인해서 ‘원칙’을 따르면 된다.
|contsmark1|원칙을 지켜내기가 곤란하면 변칙을 응용하는 수밖에 없다. ‘돈과 시간’이 많이 부족할수록 원칙도 심하게 무너진다. ‘돈, 시간, 사람’이라는 제작의 3요소에서 돈과 시간의 부족분을 채우는 건 항상 사람이다. 그것도 평범한 인력으로는 곤란하다. 우리의 제작시스템은 ‘초인’을 요구한다.
|contsmark2|s# leaving las vegas
|contsmark3|1995년에 방송된 특별기획 <전쟁과 사랑>은 중국, 필리핀, 베트남에서 로케이션을 했다. 중국에선 북경, 은천, 계림을 돌았는데 은천은 내몽고 접경지역에 있는 사막지대였다. 주촬영지 중 하나는 ‘붉은 수수밭’을 찍었던 오픈 세트장.
|contsmark4|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에서 그림을 만드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중국의 국공전쟁 와중에 있던 전투와 로맨스를 위해서 수백명의 엑스트라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말과 차량들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대하드라마의 스케일을 만들어 냈다.
|contsmark5|진홍의 스카프를 목에 걸고 말위에서 이창훈을 내려다보던 오연수의 젖은 눈빛이 고혹적이었다.
|contsmark6|2001년 <호텔리어>는 라스베가스라는 화려한 사막에서 출발하였다. 석달전 작년 12월에 미리 헌팅을 했지만 <전쟁과 사랑>때처럼 철저한 답사는 못되었다. 미국은 시스템이 가동하는 나라라고 믿고 ‘원칙’을 재빨리 파악하여 대본도 없이 상상력으로 하나 둘 섭외를 했다. 일단 호텔이 필요하고 호텔대학 캠퍼스, 화려한 스트립에서 촬영도 해야 할 것이다. 사막길을 빼 놓을 수는 없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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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자본주의 힘을 느겼던 해외촬영
|contsmark9|3월 크랑크인은 중국에서의 전투를 연상케 했다. 우리는 늘 ‘돈과 시간’과 적대적 관계이다. 스탭들은 사흘 낮 밤을 강행하는 바람에 시차에 관계없이 극기훈련 상태였다. 드디어 새벽에 베가스를 떠나는 씬.
|contsmark10|현지 프로덕션을 통해 미리 필름오피스에다가 여러 차례 촬영협조를 요청했지만 지원경찰이 없다는 핑계로 거리를 막고 촬영하는 것은 불가. 5명 이내의 인원일 경우는 인도에서 행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촬영할 수 있다는 규칙을 활용하기로 했다.
|contsmark11|새벽은 매우 짧다. 그래서 저녁에 새벽 씬을 찍는게 훨씬 유리한데 라스베가스의 저녁은 넘쳐나는 인파 때문에 도무지 새벽을 흉내낼 수가 없다. 새벽 4시에 지정된 주차장에 모여서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몇 번씩 반복해가며 ‘작전회의’를 하고 빨간색 컨버터블에 김승우와 스탭들이 타고 스트립을 돌았다. 차 내부씬이 그럭저럭 마무리 되갈 무렵 좀 다른 백그라운드를 잡고 싶어서 스트립 이스트쪽으로 차를 몰았다.
|contsmark12|편도4차선 중 3개가 막혀서 새벽인데도 도로가 막혔다. 공사이겠거니 하고 보니까 경찰과 소방관들이 수십 명 깔려 있고 타워크레인이 10여개 올라가 있다. 크레인에는 10k가 넘는 대형 hmi가 호텔 창문을 향해 라이트를 쏴대고. 데저트 인 호텔 전체를 드레싱해서 성룡이 ‘러시아워2’를 촬영중이라는 설명.
|contsmark13|우리의 <호텔리어> 거리촬영을 지원할 경찰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칙’의 저편에서 원칙을 조종하는 보다 큰 자본주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얼마 안되는 새벽시간이었지만 일단 10분간 휴식을 선언했다.
|contsmark14|싸구려 짜장면 영화의 촬영스케일에 주눅이 들어(혹은 김이 새서) 우리의 초라한 촬영모습이 미워졌다. 담배 한대 피고 다시 스탠바이. 경찰은 협조를 해주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날씨가 흐려서 라스베가스의 하늘은 새벽을 1시간이나 연장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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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상품으로서의 드라마
|contsmark17|드라마를 eng로 촬영하는 나라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이거나 tv드라마이거나 ‘극’은 필름일 경우에 국제시장에서 제대로 된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이제 동남아나 중국이 우리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으로서의 드라마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contsmark18|한번 방송되고 말면 전부이던 시대에서 위성방송, 케이블, e-컨텐츠, 해외수출 등등의 새로운 상품적 가능성들이 보이는데도 제작에의 투자, 상품가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은 아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제작자인 방송사들은 돈, 시간, 사람 중에서 무얼 더 보태줄 수 있을까? 그럴 필요를 이해하고는 있을까. 그러지 않아도 방송은 잘 나가는데.
|contsmark19|시청률 20% 30% 에 목숨을 거는 드라마쟁이들의 꿈을 좀 더 크게 부풀리면 안될까. 디지털시대는 새로운 디지털장비를 사들이면 저절로 되는 걸까?
|contsmark20|장용우 mbc 드라마국 pd|contsmar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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