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 판타지아’로 시작해 ‘피구왕 통키’로 끝난 ‘애니메이션 메들리’까지. 8분, 오롯이 그들이 들려주는 화음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웠고, 노래가 끝난 뒤엔 관객을 따라 박수를 쳤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봇물 터지듯 흐르는 합창단원들의 눈물에는 덩달아 코끝이 찡해졌다.

자연스레, ‘리더’의 역할을 떠올렸다. 재능도, 직업도 모두 다르고 합창의 ‘합’자도 모르던 32명의 오합지졸 합창단원. 그들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할 때 박칼린 감독이 던진 말은 “믿고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트별로 나뉜 악보를 받아들고 감조차 못 잡던 단원들은 말 그대로 그를 “믿고 따랐”고, 비로소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해냈다. 박칼림 감독의 카리스마와 열정, 그리고 32명의 ‘진심’이 만들어낸 성과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리더십이 없는 시대에 박칼린 감독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박칼린 감독은 ‘리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비교적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모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할 때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며 길을 이끄는 사람. 도착지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일단 믿고 가면 된다는 신뢰를 주는 사람.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리더상이 아닐까.
리더십이 없는 시대. 나라와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오히려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며 손가락질을 받는 사회. 함께 꾸는 ‘꿈’은 사라지고 소통 대신 명령과 억압만이 횡행하는 시대. 그런 요즘 “캡틴, 오 마이 캡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리더를 가진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들은 행복한 사람들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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