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그램이 설 곳을 잃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몸 개그로 시청자들을 웃기는 코미디가 TV에서 사라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버라이어티로 넘어간 지 오래다. 특히 대본 없이 캐릭터와 콘셉트로 승부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가 계속 되면서 짜임새를 갖춘 완결된 형태의 코미디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어졌다. 〈해피선데이〉, 〈무한도전〉 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데,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만이 홀로 남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형국이다.
SBS는 지난 2일 방송을 끝으로 〈웃찾사〉를 폐지했다.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한 지 7년 6개월 만이다. 한때 〈개그콘서트〉를 위협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웃찾사〉는 토요일 밤 12시 10분 방송이란 악조건에서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다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당초 〈웃찾사〉 후속으로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SBS측 설명이다.
MBC도 앞서 지난 5월 〈하땅사〉를 폐지하고 웃음 버라이어티 〈꿀단지〉를 방송 중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개그콘서트〉만이 남게 됐다.
유일하게 건재한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뿐이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마저도 한때 시청률 20%를 곧잘 넘기다가 최근에는 주로 10% 중후반대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이밖에 ‘신인 개그맨 발굴 및 개그맨 육성 프로그램’을 내건 KBS 〈개그스타〉가 있지만,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며 시청률은 2% 수준에 불과해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 같은 코미디의 쇠퇴 현상은 버라이어티 위주의 예능 판도 변화에 비춰 일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요즘 코미디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90년대를 풍미한 〈테마게임〉, 〈웃으면 복이 와요〉 등을 집필하고 한때 〈웃찾사〉에도 몸담았던 방송작가 문선희 씨는 “너무 빠른 코너의 전개로 개그맨들이 흘린 땀에 비해 결과가 미진했다”며 “모든 세대가 편안하고 쉽게 웃을 수 있는 세대 공감 웃음이 그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섣불리 ‘코미디의 추락’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SBS 예능국의 이창태 CP는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냐”고 반문하며 “코미디도 과거 콩트에서 공개 코미디로 변화해 왔고, 이제는 그 다음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CP는 “웃음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많아졌다. 과거 코미디가 그 수요를 충족시켜줬다면 지금은 버라이어티나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서 웃음이란 것이 필요조건처럼 됐다. 이런 가운데 코미디가 상대적으로 위기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하지만 코미디만이 줄 수 있는 웃음이 있다. 코미디가 웃음의 색깔을 잃지 않고 코미디만의 웃음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