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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국회의원에게 가을은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지난 일 년 간 정부를 비롯한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업무 전반을 살피고 점검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 국감은 ‘4대강 국감’, ‘천안함 국감’, ‘민간인 사찰 국감’ 등 다양하고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그런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흔히 문광위라고 불리는 국회 상임위에도 사실 우리의 방송 환경과 미래를 뒤바꿀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채널 배정 문제가 걸려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수신료 문제를 둘러싼 KBS, 이른바 ‘청와대 조인트’ 발언으로 방송장악의 실체를 고백(?)한 방송문화진흥회와 MBC(MBC는 비공개 업무보고)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고, 정확한 실상이 알려져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거의 절반 가까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어 실망을 주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국정감사를 요식행위 내지는 한때 소나기로 여기고 무시하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리낌 없이 ‘행정지도’를 동원해서라도 종편에게 황금채널을 주겠다는 방통위원장이나 기자들을 잔뜩 데리고 출석해 여론몰이(?)를 시도했던 공영방송 사장의 행동에서 국회와 의원들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라며 호언장담하다가 막상 국정감사에는 개인적인 사유를 핑계로 출석을 거부하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행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자신의 월권을 인정하지 않고, 위력을 과시하고,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아도 ‘국민의 대표’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국감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안하무인의 태도를 바로잡을 국회의원들의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여-야간 합의하에 증인을 선정하고서도 국회의 출석 요구를 무시하는 증인들을 불러내지 못하는 현실은 역으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책무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실제로는 출석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 혹은 출석하지 말 것을 방조하면서 증인 채택을 합의한 ‘약속대련’이 아니라면, 증인 불출석에 대한 엄중한 대응을 국회 스스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종편 채널, 수신료, 방송 장악 논란 등은 어느 것 하나 단시간에 해결하거나 스스로 실체를 드러낼 사안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국정감사장에서 연례행사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잊혀서는 안 된다. 많은 의원들이 상시적인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국정감사에서 한 건 터트리는 이벤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로 우리의 방송이 자본에 오염되지 않고,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국감의 계절,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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