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청소년들은 왜 거리에 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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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

지난 9월 7일 노동부 장관 에릭 뵈르트의 주도로 프랑스 정부는 의회에 연금제도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 대해 프랑스 노동계와 청소년들은 파업과 거리시위로 응답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추진한 데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업률이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14년에 걸친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급격히 확대된 복지혜택이 문제를 초래했다는 현 정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재의 60세 정년이 정해진 것은 이미 30여 년 전인 1981년이었다. 73년 이후의 경제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정년을 당시 65세에서 60세로 대폭 낮추며 일자리를 나누었던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5월 “만약 미테랑 대통령이 정년을 낮추지 않았다면, 문제가 훨씬 간단했을 것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한겨레 10월22일자 22면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미국과 영국처럼 개인의 연금 납부액을 자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근로세대가 연금 수령자들을 부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와 같이 자신이 번 돈을 자기가 노후에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번 돈으로 남을 부양하고 나중에는 남으로부터 부양을 받는 재분배 방식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정년이 60세란 의미는 ‘60세까지는 일하면서 이미 퇴직한 연금생활자들을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며, 동시에 그 자신 역시 ‘60세부터는 퇴직해서 자신보다 젊은 세대가 납부한 금액으로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연금과 관련해 정년이란 숫자는 ‘연금납부 의무가 끝나고 연금수혜 권리가 생기는 나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년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연금부담액 납부기간이 된다. 현 법령으로는 이 기간이 41년 6개월이다. 60세라는 현재의 정년 역시, 중등교육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18세에 부담금 납부기간 41년 6개월을 더해서 계산된 것이다.

만약, 30세부터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연금을 지급받기 위해 41년6개월간 부담액을 납부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경우 72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연금개혁안에서 정년을 62세로 늘린다는 것도 사실, 연금부담금 납부기간을 43년 6개월로 늘린다는 의미이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정규직으로의 취직이 어렵다는 프랑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정년은 몇 살이 될지 모르는 셈이다. 20일, 시위현장에서 AFP 통신과 인터뷰를 한 16살의 고등학생 지리예브는, “20대 후반이 되어야 정규직을 얻는 현 상황에서, 법안대로라면 우리는 70세나 되어서야 은퇴할 수 있다” 며 “그 때까지 일하면 건강이 나빠질 게 뻔한데, 병상에 누워서 연금을 받으란 얘기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뜩이나 인구노령화로 연금수혜자들이 증가한 상황에서, 현재의 연금개혁안대로라면 젊은 세대는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정규직 얻기도 빠듯한 자신들이 아니라, 전문직 고소득자들, 재산소득자들 등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받으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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