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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서명준 통신원

지난 2007년 8월 독일 dpa 통신은 경제위기설을 일축하는 보도를 냈다. 연방정부와 연방은행, 경제단체들 모두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는 내용이었다. 차라리 이런 판단이 적중했으면 좋을 뻔했다. 하지만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불황이 나타났고 유력 통신사인 dpa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최근 독일 언론학계에는 경제위기를 전후한 경제저널리즘의 위기 보도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저널리즘의 위기 인식이 틀렸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금융정책 보도에서 언론사들이 방향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으로 요약된다. 경제위기는 이렇게 경제저널리즘의 위기마저 초래했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언론이 금융시장과 정책동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저버렸다면 그것은 사회적 경고 기능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다. 예컨대 지난 1999년~2009년 10년 동안 주요 경기변동 국면에 맞춰 경제보도 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고나서야 비로소 경제위기가 전격 보도됐다.

이렇게 뒤늦은 저널리즘의 위기 인식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dpa와 함께 독일 저널리즘을 주도하고 있는 공영방송 ARD로 향하고 있다. 이에 ARD 보도본부장은 최근 아예 한 신문에 기고하여 적극적인 자사 변론을 펼쳤다. ARD는 금융시장 변동을 각별히 주시해왔고 위기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다는 주장이다.

dpa 편집국은 자사의 경제보도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론학자들이 보도기사들을 자의적으로 선택·연구했다는 것이다. 위기 관련 스트레이트와 분석기사가 있었는데도 조사연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널리즘 위기 유발자(?!)로 몰리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해당 연구보고서는 양적 분석이 아닌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했고 비난하려는 의도보다 하나의 과학적 결과물임을 이해한다면 ARD나 dpa의 대응은 다소 불필요한 감이 있다. 더구나 정말 사전 인지가 됐는데도 경고등을 켜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은 직무유기일지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중요한 금융정책 사안에서 dpa 보도가 대부분 ‘메인스트림’을 추종한다는 사실에 있다. 예컨대 경제위기 발생 이전인 지난 2007년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있었다.

▲ 독일=서명준 통신원/독일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
이 기간을 포함하여 5월~8월에 걸쳐 조사된 dpa 보도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단 2건의 인용문에 불과했다. 구스타프 호른(Gustav Horn) 거시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과, 전 사민당(SPD) 금융정책담당으로 금융과세시민연합(Attac) 연구원인 데틀레프 폰 라르셰(Detlev von Larcher)의 견해를 실었다. 당시 이 두 경제학자는 금융시장의 위험한 로또게임이 시작됐지만 금융곡예사의 요란한 행위로는 경기상승을 이룰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 외에 위기 경고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은행, 금융시장주체, 로비스트 모두 평온했다. 경제저널리즘이 선사하는 진정제의 달콤한 맛에 취했었다. 하지만 진정제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때 경제저널리즘의 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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