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30년간 수신료 제대로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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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1TV ‘전국노래자랑’ 채형석 PD

시작은 1972년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이후 잠깐 중단됐다가 1980년 11월 9일 일요일 12시 10분 정규편성으로 첫 전파를 탔다. 그 후 30년. <전국노래자랑>은 변함없는 실로폰 소리로 일요일 낮의 여유를 알리고 있다. 한국방송사에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는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 KBS <전국노래자랑> 홈페이지.
<전국노래자랑>이 세운 기네스북은 한 둘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단일프로그램으로 시간대 이동 한 번 없이 30년간 이어졌다. 지금도 10%대 초반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제작진은 30년간 40만㎞를 돌았고, 120여명의 PD가 <전국노래자랑>을 거쳐 갔다. 약 1000만 명의 사람들이 축제를 찾았다.

<전국노래자랑> 채형석 PD는 프로그램 장수의 일등공신으로 대한민국 최장수 MC 송해(83)씨를 꼽았다. 송해 씨가 1988년 봄 MC를 맡은 뒤부터 지역을 돌아다니며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지금의 포맷이 완성됐다. 채 PD는 “송해 선생님이 잠깐 진행을 그만 두셨을 때 시청률이 5%가 나왔었다”며 그의 진행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3일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30주년 특집 녹화에서도 송해 씨는 후배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강호동은 선배 MC에게 ‘앞으로도 전국을 열심히 돌아다니시라’는 뜻으로 구두를 선물했다. 이날 방송에선 이경규, 이상벽, 이상용, 강호동, 이수근 등이 나와 최장수 MC의 공로에 감사하는 ‘훈훈함’을 연출했다.

오는 14일 방송되는 특집에서는 30년 역사를 정리한 영상과 노래자랑 출신 김혜연(92년), 박상철(93년) 등 트로트 가수들이 축하무대에 나선다. 30년간 상 ‧ 하반기 최우수상(60개 팀) 수상자 중 15개 팀을 뽑아 30년 왕중왕도 가린다. 이번 30주년 특집방송을 연출한 채형석 PD는 지난 30년의 감회를 덤덤하게 밝혔다.

“노래자랑이 주목받는 프로는 아닙니다. 노래자랑은 제작비를 많이 지원해주는 방송도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의 순수함을 계속 지켜가기 때문에 30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오락관’과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노래자랑만큼은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원조로서 수신료를 제대로 돌려주는 프로입니다.”

▲ 채형석 KBS <전국노래자랑> PD. ⓒPD저널
<전국노래자랑>은 녹화지역 선정에 신중하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지역축제와 특산물을 소개하는데 <전국노래자랑>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에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서다. 몇몇 정치인은 자기 지역구를 챙겨달라며 로비도 한다. 이와 관련해 채 PD는 “오랫동안 안 갔던 지역을 우선으로 한다”며 “공평하게 가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건 농촌지역의 순박한 어르신들이었다. 채형석 PD에 따르면 농촌지역 출연자들은 방송을 의식하지 않아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어르신들은 흥에 겨울 때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객석은 난리가 난다. 채 PD는 “녹화가 끝나고 가수 현철의 메들리 나가면 다들 일어나 객석은 축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농촌이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출연자들이 ‘약해져’ 프로그램을 살리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지방녹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국노래자랑>이 30년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였다. 채 PD는 “대도시를 가면 예심에서 1500여명 정도가 오는 반면 군에는 예심 참여자가 없다. 젊은 사람들이 없다”며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채 PD는 “한 번은 울릉도를 갔는데 예심에 온 사람이 없어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며 섭외한 적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고충은 또 있다. 날씨다. 채 PD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올해가 유독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가 오거나 폭염일 경우 야외촬영 위주인 녹화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한번은 경북 영양군을 갔는데 당시 날씨가 36도였다. 송해 씨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녹화를 무사히 마쳤다. 송해 씨의 건강여부는 녹화에 절대적이다.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송해 씨의 ‘후임자’다. 연세가 있어 언젠가는 은퇴해야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에서 그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고민이 많다. 채 PD는 “아직은 누구라고 준비하는 사람은 없다”며 “송해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는 분은 없다. 선생님이 은퇴하시면 프로그램 성격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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