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교육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나아져봤자 “학교는 학교일 뿐”이다. 김정환 PD는 “학교가 억압적 구조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청소년이 갖는 정서도 비슷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7년 간 <반올림>(2003)을 비롯해 줄곧 청소년드라마를 제작해온 김 PD는 <정글피쉬2>를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대신 레알 청소년 드라마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레알 드라마’를 위해 올해 2월 초 팀 구성을 마치고 취재에 돌입했다.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피자 한 판 시켜놓고 요즘 ‘고딩’들의 고민을 들었다. 고등학교에 관련한 모든 기사는 스크랩했다. 대본은 철저히 10대 언어로 썼다. 심의에 걸릴만한 욕설이나 표현은 12월에 나올 영화판을 기약하며 편집했다.
온라인 스토리텔링을 통한 쌍방향 소통을 위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드라마에 도입하기도 했다. 예컨대 캐릭터 별 ‘미투데이’(me2DAY) 계정을 만들어 작가들이 실시간 대사를 올리고 누리꾼의 댓글을 받는 식이다. <정글피쉬1>(2008)에서 블로그가 10대들의 주된 소통공간이었다면,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SNS가 들어선 것. 이런 기획은 청소년드라마로서 젊은 세대와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 중 하나였다.
지난 4일 첫 방송 이후 “현실감 있다”, “8부작이라니 아쉽다”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체벌과 자살, 원조교제 · 성폭행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 탓에 “선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정환 PD는 “현실을 직시한 결과”라고 답했다. 특목고 시험지유출사건이란 실화에 기반 한 <정글피쉬1>처럼 이번 드라마도 ‘불편한 현실’에 주목했던 것.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정글피쉬2>는 주인공 백효안(아이디 ‘정글피쉬’)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묻는다. 백효안은 스스로 옥상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정글 같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던 그녀를 떨어트린 건 백효안 본인이었을까? ‘승자독식’ 정글의 피해자격인 학생들을 그린 <정글피쉬1>과 달리 <정글피쉬2>는 “너희들이 정글을 촘촘히 만들고 있는 가해자일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쟁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경쟁의 규칙이 갖는 공정성이다. 규칙을 정할 때는 각자의 의견이 공정히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 PD는 수월성 교육이나 몰입식 교육도 교육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제도를 만들 때는 사회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뒀다. 그에 따르면 “만들어놓고 수선하는 식”인 현 교육제도는 분명 문제가 많아보였다.
한편 김정환 PD는 최근 뜸했던 청소년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책임 중 하나가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인데 청소년과 노인, 소수자와 관련된 방송은 좋은 시간대를 주지 않는다”며 열악한 제작환경을 지적했다. <정글피쉬2>는 현재 회당 8천 만 원 가량의 비용으로 60분 드라마를 제작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작 전부터 일본에 선 수출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