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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문이여 기자여

|contsmark0|신문사의 방송 때리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질적인 편집권을 장악하고 있는 족벌 사주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반하는 보도를 하는 매체에 대해 앞 뒤 안 가리고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게 한다.
|contsmark1|그래서 거기에 동원된 기자들에게 언론인의 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우리는 그러한 예를 최근의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에서 유력 신문사 기자들이 보여준 행태를 통해 똑똑히 목도했다.
|contsmark2|사실보도를 기본으로 해야 할 기자들이 자사의 이해나 사주의 지시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특정한 목적에 부합하는 기사들을 쓰고 있는 이와 같은 현실은 한국언론의 개혁이 몇몇 사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일선의 기자들까지를 포괄해야 함을 시사한다.
|contsmark3|소위 동아·조선투위 이후 유력 족벌언론 신문사 기자들은 철저하게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살아왔다. 군사독재 시절에 권력에 고개를 숙였으며,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기가 분출되던 80년대 후반에도 그들은 정말 조용했다.
|contsmark4|철저한 기회주의가 그들 몸속에 너무 깊숙이 자리해버린 탓일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기자들의 각성과 내부의 투쟁 없이는 족벌사주 몇 명을 처벌한다고 해서 언론개혁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현실임을, 매일 매일의 신문지면을 통해 확인한다.
|contsmark5|최근의 연예제작자협회의 mbc출연거부 관련보도만 봐도 그렇다.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는 철저하게 mbc가 불리한 방향으로 취재되고 편집되었다. 아마도 세무조사 국면에서 보여준 mbc의 보도태도에 불만을 느끼던 차에 일단의 호재를 만났다고 생각한 듯 하다.
|contsmark6|사실 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의 출연거부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시사매거진2580>의 한국 연예매니지먼트계에 대한 보도는 충분히 할 말을 했을 뿐이다. 아마도 자사발행 주간지나 월간지에 실렸다면 훨씬 강도 높은 비판기사가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contsmark7|당사자들이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시사매거진2580>은 우리 연예계에 존재하는 명암을 기자적 양심에 따라 보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보도내용에 불만을 품고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을 파행화시키고 지속적으로 방송사를 협박하는 행위야말로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였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의 관련기사는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방송사 때리기에만 골몰했다.
|contsmark8|만약 이 신문에서 <시사매거진2580>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연예제작자협회가 ‘1면 톱으로 사과기사를 내라’고 했다면 과연 그렇게 해 주었을 것인가? 그리고 또 그들의 주장을 지금처럼 잘 포장해서 기획기사로까지 실어 댔을 것인가? 합법적인 세무조사에 따른 탈루세액 추징마저도 언론탄압이라고 호도하는 그들이 말이다.
|contsmark9|아마도 ‘연예인들이 언론을 탄압한다’며 십자포화를 쏴 댔을 것을 것이고, 와중에 연제협이든 누구든 생매장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정부각료나 정치인 하나쯤 끌어내리는 것을 우습게 알던 신문이 아니던가?
|contsmark10|각설하자. 기자로서의 양심을 포기한 그 교묘한 왜곡, 그리고 자신의 적들에 대한 비겁한 보복을 담은 기사를 써대는 이들을 과연 기자라고 불러주어야 하는지 우리는 지금 심각한 회의가 인다. 며칠 전의 ‘추미애 의원’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자사와 그 사주를 위한 기사. 안타깝지만 기자들이여 그것이 당신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contsmark11|기자. 그것은 ‘명예의 길’이자 ‘고난의 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각지에서는 ‘진실’과 ‘정의’를 위해 목숨을 잃는 기자들의 수가 수 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기자들 가운데 그런 이는 얼마나 있는가. 자사이기주의와 사주의 지시를 벗어나 정론직필의 기개를 지닌 기자는 또 얼마나 있는가.
|contsmark12|그 자랑스런 이름, 기자. 그 기자로 거듭 태어나는 길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기사, 그것은 권력과 부조리 그리고 궁극에 있어 자기와의 투쟁이 낳은 결과물이며, 그래서 자기의 분신이다.오늘 당신의 기사는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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