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의 눈] 김진혁 EBS PD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보며 쌍용자동차 파업 때가 겹치고, 기륭전자가 겹치고, KEC가 겹치고 하여간 겹쳐 떠올려지는 것이 참 많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노조에게 가해지는 폭력적인 말들, 특히 그들이 이미 충분한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이기적으로 파업을 하는 것이라는 상투적인 비난의 말들 역시 겹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거짓말이다. 5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야근수당을 다 포함해도 14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거짓말이 버젓이 진실인 양 포장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유는 그 말을 전달하는 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썩은 언론인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썩은 언론은 뇌종양과도 같은 존재다. 지면과 방송에서 나오는 왜곡된 정보는 우리의 뇌에 파고들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설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더라도 그것이 올바른지 알 수 없게 한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도 그것이 엉망진창인지도 모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보다 더 한 뇌종양이 있을까?

심지어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조차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을 해도 보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는 짓이라고는 자신들의 이권에 관계된 내용만 신나게 떠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론이야말로 이미 충분한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이기적으로 ‘태업’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올린 글을 봤다. 이제는 잊혀져 옛날 일 같지만 그는 미디어법 반대 파업 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로 인해 여전히 재판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길을 먼저 갔던 이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었는지 새삼스레 깨닫는다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 역시 어느 언론에도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언론 노동자의 최선봉에 있는 수장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초라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언론이 썩은 진짜 이유가 단순히 권력의 탄압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기에는 분명 같은 언론인조차 외면하는 많은 언론인들의 망각과 외면 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외부의 압력이든 혹은 해봤자 되겠어?라는 자괴감이든 ‘썩었다’는 수준까지 이른 데에는 결국 한 명 한 명의 언론인 스스로의 ‘선택’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최근 트위터에서 한참 논란이 되었던 이마트 피자와 이념적 소비 관련 논쟁을 보며 조국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혹은 편의상의 이유로 SSM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재래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려고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 과외를 시키지만 가능하다면 학원 하나라도 끊으려 애쓰고자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김진혁 EBS PD

어쩌면 우리의 썩은 언론에 대한 처방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 번에, 한 방에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만 있다면 더없이 통쾌하겠지만 그건 결코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쓰는 기사와 자신이 만드는 방송에서 단 한 마디, 단 한 컷이라도 비닐로 몸을 칭칭 감은 채 오늘도 추운 공장 바닥에서 잠을 이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할 수는 있다. 마음만 먹으면,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덜 썩을 수 있고, 그렇게 아주 조금 덜 썩은 만큼 덜 부끄러울 수 있지 않을까? 그 선택은 지금 이 시간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