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랑스 정부의 너무 늦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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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뇨병 치료제가 적어도 500명 이상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프랑스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메디아터(Mediator)라는 이름의 이 약은 혈당지방량을 낮추는 데 쓰이는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 1976년부터 사용되었다. 1990년부터는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식욕억제제로 처방되기도 했다. 지난해에 판매 중단되기까지 24년간, 무려 500만 명의 환자들이 복용했을 정도로 인기를 끈 약품이었다.

문제는 메디아터를 한번 사용할 때마다 심장판막과 폐동맥에 독성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500명이라는 사망자 추정치도 프랑스 보건국 의약품부(Afssaps)이 보수적으로 파악한 숫자일 뿐, 관련 기관에 따라서는 사망자를 2000명까지로 추정하기도 한다. 사망자 이외에 중병을 앓게 된 환자만도 3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세르비에사 홈페이지
메디아터로 인한 피해가 안타까운 것은, 식욕억제제에 의한 피해사건이 예전에도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역시 식욕억제제로 쓰였던 ‘이조메리드’ 사건이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유통되며 700만 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 약 또한 폐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9월에는 낭떼르 지방법원에서 이조메리드 제조사 세르비에측에, 소송을 낸 피해자에게 21만 유로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메디아터 역시 세르비에사가 만든 의약품이다. 때문에 메디아터 조사를 이끌고 있는 사회당의 제라르 밥트 의원은 세르비에 제약회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심장전문의이기도 한 밥뜨 의원은 지난 25일 “프랑스 의약품 산업에 세르비에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이 업체는 미국과 유럽 다른 나라에서 처방이 금지된 물질로 약품을 만들어 이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디아터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브레스트 대학병원의 호흡기 전문의 이렌느 프라숑도 이조메리드 때문에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1990년,날씬해지기 위해 이조메리드를 복용했다 사망하는 여성들을 본 후, 메디아터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프라숑은 지난 6월 ‘메디아터 150mg’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메디아터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작년에야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프랑스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었다. 메디아터 피해자측의 변호사 샤를 조셉-우댕은 지난 1일, 프랑스 의약품부가 이 약의 위험성을1998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사회보장국 소속 의사 3명이 메디아터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메디아터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보건부 장관 자비에 베르트랑은 지난 20일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 정부 역할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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