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편 ‘공영성 포기’ 대가 치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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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뉴스데스크’ 시청률 꼴찌, ‘여우의 집사’ 2달 만에 폐지

지난 11월 ‘공영성 포기’라는 비판 속에 강행 추진한 MBC 개편이 2개월여 만에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사장직을 걸고 시간대 이동을 단행한 주말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후 플러스〉 대신 신설했던 〈여우의 집사〉는 방송 2개월여 만에 폐지 결정이 나면서 ‘졸속 개편’에 대한 내부 비판이 거세다.

MBC는 지난 11월 1일 〈김혜수의 W〉와 〈후 플러스〉를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MBC 경영진은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시청률과 경쟁력이 공영성보다 우선 순위임을 숨기지 않았다. 40년 만에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을 변경하는데 대해 우려와 반발도 컸지만, 김재철 사장은 “실패한다면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개편 첫 주부터 주말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SBS 〈8뉴스〉를 앞섰고, 11월 한 달 동안 광저우 아시안게임 특수를 누리며 최고 시청률 18.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일 창사49주년 기념사에서 “개편 전 평균 6~7%이던 시청률이 최고 20%까지 크게 뛰었다”며 자축하기도 했다.

 

▲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최일구(왼쪽), 배현진 앵커. ⓒMBC
그러나 이 같은 ‘반짝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11월 말부터 다시 한 자리 수 시청률을 회복하더니, 12월 들어서는 한두 차례를 제외하곤 번번이 SBS 〈8뉴스〉에도 뒤처지며 ‘꼴찌’로 돌아갔다. 반면 KBS 〈뉴스9〉는 최근 평균 시청률 17~18%, 최고 시청률 20% 이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뉴스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MBC는 당초 심층 보도 강화를 내세우며 “보도 전통에 충실한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초반엔 현장성과 심층성이 돋보이는 리포트를 배치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심층 기획보도는 자취를 감추고 다시 사건·사고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MBC노조 민실위는 지난 22일 특보를 통해 “최근 보도국에선 시청률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흥미 위주의 선정적 기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식적인 편집회의에서조차 ‘주말 뉴스는 의미보다는 시청률이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간다”고 비판하며 “심각하고 본질적인 위기의 현실화”를 우려했다.

〈여우의 집사〉 폐지도 논란이다. 지난달 4일 〈후 플러스〉 후속으로 첫 방송된 〈여우의 집사〉는 평균 시청률 3~4%대에 허덕이다 방송 6회 만인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 회복을 이유로 신설된 프로그램이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 종영된 것이다.

MBC노조는 “폐지 전 〈후 플러스〉의 2010년 2분기 평균 시청률은 5%였다”며 “공영성을 포기한 개편의 결과, 공영성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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