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MBC <베스트 극장> ‘동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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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부부를 통해 본 ‘동행’의 참의미

|contsmark0|원고를 의뢰 받고 <제작기>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동행2>가 어떤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그런 결과물에 도달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보다는, 시행착오와 오류까지도 대리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 더 바람직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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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대본의 선정과 수정
|contsmark3|<눈으로 말해요>라는 일요아침 드라마를 반년 정도 연출했지만, 베스트극장으로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망망대해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우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나름대로 대본을 구상하면서 작가를 물색하던 차에, 베스트극본 공모에 보내진 원고들을 심사하게 되었다.
|contsmark4|선경희 씨의 대본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대사 하나 지문 하나까지 심사숙고해서 써내려간 듯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개연성도 없이 과장된 상황과 대사를 부여해서 시청자의 감상을 자극하려는 대본들에 식상해 있던 터라, 이 노부부의 이야기에서 오히려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contsmark5|하지만, 극본공모의 공정성을 위해 수정작업은 당선작 발표 이후에 시작했다. 기본적인 정보를 명확히 할 것, 극의 감정·상황적 리얼리티 보강, 엔딩시퀀스 수정 등에 포인트를 두고 수정에 들어 갔다.
|contsmark6|대본수정에는 cp인 정운현 부장이나, 주인공 이순재 선생, 촬영감독 김경철 선배 등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엔딩에서 지하철 역무원이 순택의 뒤로 다가온다는 설정은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이순재 선생의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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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준비와 촬영
|contsmark9|대본수정 작업을 계속하면서, 6월초부터는 스탭을 구성하고 캐스팅을 시작했다. 사실 주연배우 입장에서 볼 때, 단막극 출연은 경제성이 없고 품이 많이 드는 편이라 캐스팅이 힘든 편이다.
|contsmark10|무엇보다도 주인공 순택의 연기에는 섬세하고 난이도 높은 계산이 필요했는데, 이순재 선생이 쾌히 승낙해준 것이 신참pd에게는 큰 용기를 주었다. 윤여정 여사도 이순재 선생의 상대역이라 출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contsmark11|조연으로는 주로 mbc 공채탤런트 출신들을 캐스팅했고, 실제 시각장애자나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등장시키려고 미리 알아봤지만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삭발해야 하는 둘째아들 역할을 공채탤런트 몇 명에게 권해봤지만 응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마추어 연기자에게 맡겨야 했다.
|contsmark12|지하철에서의 바이올린 연주장면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작곡가 한경훈 씨를 만나 미리 곡을 선정하고 그 곡의 연주가 담긴 cd을 촬영현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contsmark13|음악의 효과를 집중시키고 배우들의 연기를 과장하지 않기 위해 코드성 음악을 배제하고, 드러나지 않는 음악, 몇 군데 시퀀스의 분위기만을 묶어주는 음악을 지향하기로 했다. 또 촬영감독 김경철 선배, 조명감독 이범호 기사, 섭외 이운수 형과 2~3번 만나면서 극의 분위기에 걸맞게 안정된 샷과 명암이 비교적 분명한 장소와 영상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contsmark14|우리 촬영팀은 준비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두 차례에 걸쳐 헌팅하기로 했다. 1차 헌팅에서 모든 장소가 결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2차 헌팅은 사실상 보충헌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두 번씩 점검한 곳에서는 즐겁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contsmark15|특히 둘째 아들이 등장하는 절 시퀀스나 경북 울진의 호숫가에서 찍은 자살 시퀀스 등은 미리 콘티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예정된 시간 내에 찍기 어려울 뻔했다.
|contsmark16|촬영을 준비하면서 제일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하철씬이었다. 특수효과는 아무래도 리얼리티가 떨어질 우려가 커서, 실제 달리는 지하철 지하구간에서 찍다보니 비오는 날씨를 맞추기 힘든데다가 구간길이도 너무 짧아서 연기하기가 너무 불안했다. 한두 테이크 찍다보면 금새 역에 도착하고, 그 때마다 밀려드는 승객들, 준비했던 바이올린 연주 cd는 플레이어의 접촉불량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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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후반작업
|contsmark19|편집하면서 금녀가 아들을 위해 승복을 준비하고 순택이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자청하는 등의 몽따쥬는 삭제되었다. 아무래도 순택이 동반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동기도 충분치 않은 것 같아서, 순택이 주유소 친구를 찾아가서 팔굽혀펴기를 해보이며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앞으로 당겨지는 등 대본과는 약간 다르게 편집이 되었다.
|contsmark20|엔딩도 ‘동행’을 의미하는 ‘지하철의 두줄기 선로’에서, ‘지하철 다음 칸으로 향하는 순택의 미소, 그리고 그 뒤로 다가오는 지하철 역무원’으로 바뀌었다.
|contsmark21|이 드라마의 테마가 ‘부부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베스트극장 <동행2>는 남녀간의 ‘사랑’을 무조건 무소불위의 권좌에 올려놓는 습관성에서 벗어나, 시청자에게 ‘바이올린 선율처럼 부드럽고 가냘픈 사랑(즉 낭만성)과 이 각박한 고해(즉 현실)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이 더 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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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평가와 반성
|contsmark24|선경희 씨의 대본은 좋았다. 그리고 그 대본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었던 연출로서, 초반의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으나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굵은 줄기를 지킨답시고 섬세한 것들에 소홀해서 표현이 풍부하거나 정확하지 못했다.
|contsmark25|예를 들어 순택의 딸이 아버지의 가슴을 후비는 씬, 지하철 안에서 등장한 시각장애자, 스님으로 등장한 둘째 아들의 연기에 ng를 내고 다시 한번 찍었어야 했는데 ‘대세에 지장없다’는 생각으로 흘려보낸 것이 한이 된다.
|contsmark26|그리고 ‘그림보다는 드라마를 먼저 생각하라’는 이순재 선생의 말씀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배우들의 역량과 스탭들의 노력에 비해 연출의 끈기가 부족했음을 자인하면서, 첫 단막극의 막을 내렸다.
|contsmark27|고동선 mbc 드라마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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