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기 / KBS 2FM <라틴열풍의 진원지를 찾아서> (6월 26~27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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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라틴 열풍의 진원지

|contsmark0|kbs 장옥님 pd는 2fm <라틴열풍의 진원지를 찾아서> 제작을 위해 2주간 중남미를 취재하고 돌아왔다. 3회에 걸쳐 연재된 장 pd의 해외취재기는 이번호를 끝으로 맺는다. <편집자주>
|contsmark1|글 싣는 순서① 취재를 준비하며② 멕시코 시티편③ 아바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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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한 10여년전쯤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소녀적에 그렇게도 동경했던 천재 음악가의 고향 땅을 밟는다는 참으로 가슴 벅찬 여정이었다. 그때 그 작고 예쁜 도시의 상점 여기저기에, 초콜렛 상자에서 머그잔, 티셔츠 등에 그려진 모차르트의 초상을 보곤 씁쓸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아바나 방문에선 거리 곳곳에 관광상품이 된 체 게바라의 초상이 짤츠부르크의 모차르트를 생각나게 했다.
|contsmark5|이 혁명가의 영화배우보다도 더 잘생긴, 그 특유의 냉소를 머금은 카리즈마가 관광지의 상품으로 전락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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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경쟁력 1위, 쿠바의 춤과 음악
|contsmark8|쿠바는 그들이 최고로 내세우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악’이다.
|contsmark9|실제로 취재 차 아바나에서 만난 음악관계자들과 일반시민들이나 학생들 모두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다. 그들은 지난 40여년간 미국과의 국교 단절로 쿠바의 음악이 지나친 상업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점과 혁명 이후 자리잡힌 음악교육시스템, 그리고 자신들의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음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contsmark10|1492년 콜럼버스 일행이 첫 발을 디딘 이후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유입된 유럽 음악, 또 사탕수수농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대거 유입된 아프리카 흑인들의 음악이 더해져 고유의 음악 ‘손’을 탄생시킨다.
|contsmark11|이 손 음악은 20세기초에 미국의 빅밴드 재즈와 만나 화려하고 정열적인 라틴퍼커션의 ‘아프로-큐반 음악’ 양식으로 정착된다. ‘아프로 큐반’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음악은 현재 전체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흑인계를 비롯한 흑, 백, 황 혼혈인종의 정체성과 쿠바의 독특한 역사를 반영한 음악인 셈이다.
|contsmark12|수도 아바나는 도시 전체가 음악으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카리브해에 면한 아바나는 관광지로도 각광받는 곳인데,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쿠바의 음악과 춤을 배우러온 유학생들로 붐비는 옛 아바나 거리엔 라이브연주를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바가 즐비하다.
|contsmark13|특히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축이된 차랑가밴드와 트럼펫 등의 브라스가 주축이 된 콘훈토밴드가 많이 눈에 띄었고 거리에선 아프리카 원주민의 복장을 한 흑인들이 모여 앉아 타악기를 두드리며 리듬잔치의 한 판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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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라틴열풍의 요체, 살사
|contsmark16|50년대 후반 사회주의 혁명을 거치면서 이들 아프로-큐반 음악의 온상지였던 아바나의 각종 클럽들은 폐쇄되고, 여기에서 활동했던 상당수의 쿠바음악인들은 살길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나중에 뉴욕에서 ‘살사’를 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쿠바와 카리브해지역의 여러 음악요소, 또 미국의 재즈 등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음악에 카리브지역의 양념 이름인 ‘살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상업적인 의도가 다분하지만 이 음악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낸 명칭이기도 하다.
|contsmark17|쿠바에서는 살사와 같은 계통이 ‘띰바’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리듬과 템포에 있어 살사보다 더 공격적이고 가사도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표현한다.
|contsmark18|최근 쿠바의 음악프로모션 관계자들의 최대 고민은 이제 자신들의 자긍심 높은 음악의 해외진출에 따른 경영의 노하우에 있다고 한다. 지난 40여년 간 미국과의 단절로 쿠바 대중음악은 상업적인 거품을 걷어내고 독자적인 음악문화를 키워왔고, 그래서 과거의 음악전통을 고스란히 지닌 이들의 음악에 세계인이 다시 열광하게 되었지만 이제 그 음악이 쿠바산 고급시거제품과 같이 중요한 달러 수입원이 되었다.
|contsmark19|이제 그들은 쿠바음악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음악 자체의 품질 외에도 상업적인 포장이나 홍보, 유통 같은 자본주의적 발상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외국인 제작자들에 의해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contsmark20|모든 취재 일정을 끝낸 아바나에서의 마지막 날. 내일 아침이면 이 부담스러우면서도 행복한 여정을 끝낸다는 아쉬움에 해질 무렵 아바나 옛거리를 다시 찾았다. 말레콘 방파제를 넘어온 카리브해의 시원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시클로를 타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본다.
|contsmark21|이윽고 어둠이 내리고 노천카페에 앉아 흑진주 같이 반짝이는 눈빛의 흑인 웨이터에게 럼 칵테일이라도 한잔 주문한다. 라틴기타와 봉고, 콩가 등 라틴 타악기의 출렁임 위로 소박한 보컬의 하모니가 교차되고, 밤하늘을 가르는 거칠 것 없는 브라스의 선율에 취할 무렵 어둠 속에선 저녁 마실 나온 동네 아이들이며 여행지에서 눈이 맞은 커플들이 어울려 몸을 흔드는 광경도 눈에 들어온다.
|contsmark22|문득 눈을 들어 올려다보니 거기엔 빛 바랜 유럽풍의 우아한 건물들과 그 사이로 치솟은 검푸른 열대수목들이 빚어낸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지금 난 어디에 와 있는 걸까?’ 하는 당혹감도 스쳐가지만 이내 ‘여기가 어디긴, 그대가 그토록 와보고 싶어했던 쿠바, 아바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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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일상에서 일궈낸 음악, 라틴음악
|contsmark25|멕시코와 쿠바, 2주 동안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곳에서 만난 대중음악들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일상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음악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상을 호흡하는 대중 속의 전통음악.
|contsmark26|굳이 전통과 대중을 가를 필요가 없는 그들의 음악풍토가 부러웠다. 고단했던 지난날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타문화를 포용함으로서 더욱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는 라틴의 음악문화. 바로 이런 점이 라틴음악을 오늘날 세계인의 정서적 공용어로 만든 원동력은 아닐까.
|contsmark27|온갖 기계적 덧칠을 가해 음악을 찍어내는 이 시대. 그래서 음악 본연의 순수함에 대한 갈증이 더해갈 무렵 한줄기 서늘한 자연풍으로 다가온 이 음악들은 분명 기계문명에 찌든 현대인에게 라틴의 태양을 닮은 눈부신 활력과 음악 향수(享受)의 진정한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contsmark28|장옥님 kbs 라디오국 pd, <이금희의 가요산책>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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