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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휴가’로 묻혔던 일본의 8·15
  • 승인 200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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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8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압니까?” 리포터가 길거리의 한 시민에게 묻는다. ‘설마, 그걸 모를라구’그런데, “무조건 항복한 날”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날”, 최소한 그들 말대로 “종전기념일”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내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봉 휴가! 아니예요?”
|contsmark1|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은 전국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양력을 쓰고 있다. 과거에 음력으로 쇠던 명절들을 절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양력으로 쇠는데, 그래서 8월 15일은 한국에서 말하는 추석이 된다.
|contsmark2|오봉이라고 부르는 이 날,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 성묘를 하는 습관이 있고, 이 날을 전후해서 긴 여름휴가를 주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니 질문을 받은 회사원 여성이 8·15에 우선 오봉 휴가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contsmark3|일본의 전쟁책임을 묻는 양식 있는 시민단체의 호소도,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노인들의 전쟁체험담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여름휴가의 틈새에 끼어 들어갈 여지는 없다. 전쟁의 비참함을 후세에 전함으로써,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외침이 너무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 일본의 8·15인 것이다.
|contsmark4|그런데, 올해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텔레비전이 8·15를 클로즈업했기 때문이다. 미리 기획된 8·15 당일 특집으로는 nhk가 <전쟁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라는 두 시간 반짜리 토론 프로그램을, 민방에서는 tbs가 밤의 메인뉴스를 연장해서 <전쟁론, 행복론>이라는 특집을 편성한 것이 눈길을 끌었고, 정규 뉴스, 와이드 쇼 등에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8·15를 다뤘다.
|contsmark5|때 마침 터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지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contsmark6|이런 상황에서 흥미를 끈 것은 각 방송사, 특히 민영방송사들의 역사관이었다. 일본의 민방 각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앵커 옆에 코멘테이터가 뉴스에 관해 해설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인데, 각 방송사의 특색은 이 해설에서 드러난다.
|contsmark7|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우려하는 내용의 해설을 한 곳은 tv아사히와 tbs(도쿄방송)였다(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 줄곧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해온 이 두 방송사는 그 때문에 취재진이 야스쿠니 신사에서 우익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봉변을 당했다).
|contsmark8|대조적으로 후지산케이 그룹의 일원인 후지텔레비전 뉴스의 코멘테이터는 참배에 대한 비판을 비판하는 해설을 늘어놓았는데,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우익 정치가들과 활동가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contsmark9|“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옳고 그름은 차지하고, 일국의 총리가 자국내에서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이 부자연스런 현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잡아야 한다”
|contsmark10|어찌됐거나 올해는 일본인들이 예년보다 큰 관심을 갖게된 8·15가 되었는데,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문제가 없었더라면, 언제나처럼 똑같이 그저 즐거운 오봉휴가로 끝났을 것이다.
|contsmark11|송일준 mbc 도쿄 pd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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